30대 운전자가 새벽시간 고속도로에서 1시간 40분간 역주행하며 경찰과 추격전을 벌인 끝에 붙잡혔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시속 100㎞ 속도로 역주행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고속도로 통행 제한 등 사전 조치를 하지 않아 수차례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25일 오전 4시 45분께 이모(39ㆍ경북 칠곡)씨가 운전하는 1톤 포터 화물차가 경부고속도로 노포IC에서 경주IC 방면으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다급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상행선 차선을 따라 뒤쫓아 가면서 차를 멈추라고 했으나 이씨는 막무가내로 달렸다.
이씨가 경주IC에 다다르기까지 63㎞ 구간을 역주행하는 과정에서 양산IC, 통도사IC 부근에서 무쏘 승용차 2대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화물차를 피하려다 잇따라 중앙분리대 등을 들이받고 넘어져 5명이 다쳤다. 이 당시 경부고속도로 양방향에는 수백대의 차량이 운행중이었으나 경찰은 차량 통행을 제한하지 않았다.
이씨는 오전 5시 30분께 경주IC 인근에 이르렀으나, 검거에 나선 경찰을 본 후 곧바로 핸들을 돌려 울산 방면으로 달렸다. 이 과정에서 도망치는 화물차를 막아 섰던 고속도로 순찰대 경찰관 2명이 넘어져 갈비뼈(늑골골절)가 부러지고 순찰차가 파손됐다.
이씨의 U턴에 당황한 경찰은 다시 언양분기점(JC) 등을 통제하고 순찰차로 추격했다. 32㎞가량을 달린 이씨는 울산요금소 부근서 순찰차와 견인차 등에 둘러싸인 후 거세게 저항하다 오전 6시 20분께 결국 붙잡혔다. 역주행을 시작한 지 1시간 40여분 만이다.
이씨는 대구 모 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새벽 집 앞에 세워둔 아버지의 차량을 몰고 부산까지 온 것으로 추정된다. 타박상 외에 별다른 외상이 없는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에 왜 있느냐”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정신질환을 앓기 전에 면허를 딴 것으로 확인됐으며, 정신질환을 판정받은 후에는 면허 정지 등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역주행 경위 조사와 함께 정신감정을 의뢰한 후 신병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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