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3사가 11월 대대적인 가을 개편을 단행한다. 최근 몇 년간 수시 개편에 무게가 실리면서 봄ㆍ가을 정기 개편은 소폭에 그쳤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신설보다는 주로 오락 등 기존 프로그램의 시간대 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3사간 경쟁은 물론 급성장하는 케이블TV와의 경쟁까지 고려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말 저녁은 버라이어티 쇼’ ‘9시뉴스 앞에는 일일드라마’ 등 오랜 기간 관행화한 편성의 공식마저 깨지면서 ‘시청률 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오락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특히 KBS에 비해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부진한 MBC와 SBS가 오락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SBS는 오락 프로그램을 대표했던 두 시간짜리 주말 버라이어티 쇼를 폐지 또는 축소한다. <실제상황 토요일> 을 없애고 그 자리에 새 짝짓기 프로그램 <선택남녀> 와 대형 게임 프로그램 <슈퍼 바이킹> 을 신설한다. <일요일이 좋다> 도 간판을 내리되 코너를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독립시키고, 나머지 시간에는 공개 코미디 <웃음을 찾는 사람들> (웃찾사)이 옮겨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와 맞붙는다. <웃찾사> 가 떠난 목요일 밤 11시에는 2002년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를 부활한다. 신동엽> 웃찾사> 일요일> 웃음을> 일요일이> 슈퍼> 선택남녀> 실제상황>
김혁 SBS 예능국장은 “오락 부문의 전반적인 부진을 타개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별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섹션tv 연예통신> 를 자사 취약 시간대인 금요일 밤 10시대에 투입하고,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를 1시간 늦춘다. <황금어장> 은 <섹션tv> 가 방송되던 수요일 밤 11시로 옮긴다. 또 를 토요일 밤에서 오후로 전진 배치하고, 덩치 큰 버라이어티 쇼도 인기 코너만 남기고 재구성할 계획이다. 섹션tv> 황금어장> 유재석> 섹션tv>
MBC는 이에 더해 10년째 <뉴스데스크> 직전 오후 8시20분에 방송해온 일일드라마를 30분 앞당기는 ‘파격’을 시도한다. 절대우위인 KBS 일일드라마와의 정면승부를 피하는 동시에, 그 자리에 ‘시트콤의 대부’로 불리는 김병욱 PD의 가족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을 신설해 중장년층 중심의 일일드라마와는 차별화한 새 시청자 층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거침없이> 뉴스데스크>
‘편성 전쟁’이라 부를 만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터넷과 케이블TV의 급성장에 따른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영근 MBC 예능국장은 “젊은층의 (지상파)TV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져 어린이와 부모 등 가족 단위 시청자층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며 “가족시트콤의 편성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SBS도 일요일 저녁으로 옮긴 <웃찾사> 의 제작진에게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웃찾사>
<웃찾사> 의 박상혁 PD는 “표현 수위 등에서 케이블에 비해 한계가 있는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은 현재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개편은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만의 가치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신한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시간대 조정 등을 통한 ‘시청률 극대화’에 무게가 실린 이번 개편이 위기에 봉착한 지상파TV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웃찾사>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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