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 첫날, 양국의 이견차로 중단됐던 상품ㆍ무역 분과 협상이 만 하루만인 24일 재개되면서 전체 협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협상장 밖에서는 시위가 격화돼 부상자가 속출했다.
상품분과 협상 재개
협상 첫날부터 양국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표면화되면서 급거 협상중단에 들어갔던 상품 분과는 일단 미국측이 한 발 물러서는 선에서 봉합 되는 분위기다.
또 농산물과 섬유, 금융서비스, 무역구제, 의약품, 자동차 등 제반 분야의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상품분과 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협상 분위기가 건설적이었고 다시 회의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보다 진전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협상이 재개된 데는 미측이 먼저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보이며 개선된 1,000개 공산품에 대한 관세 즉시철폐 수정안을 이날 한국측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전체 협상 분위기가 꼭 한국측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부의 시각이다.‘주고받기’식 협상과 두 세 개 분과를 묶어 협상하는‘패키지 딜’이 본격화되는 4차 협상에서는 상품분과에서 한국측이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듯, 다른 분과에서는 미국에 한 발 양보해야 하는 ‘엇갈린 운명’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속타는 농산물 분과 협상
한국측으로서는 이번 협상중 수정 양허(개방)안을 제출해야 하는 농산물 분과가 가장 수세적인 입장에 몰려있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아직은 수정 양허안을 제시할 시점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일단 상품 분과 협상과정을 지켜본 후 ‘윗선’의 최종 결정에 따라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측은 당초‘15년 관세철폐 품목’중 최대 100여 개 품목을‘5년 혹은 10년 관세철폐 품목’으로 전환하고, 기타 품목 중 일부도 줄인 수정 양허안을 미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미측이 공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농산물 분과에서 한국측이 제시할 양허안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번에는 미국이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배 국장은 “살얼음 판을 걷는 느낌”이라며 “협상이 막바지에 갈수록 한국측으로서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격화되는 시위양상
협상장 밖에서는 한미FTA를 저지하려는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져 부상자가 늘어났다.
원정시위대 1,000여명은 제주 서귀포시 중문농협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뒤 협상장이 있는 중문관광단지 입구 천제교까지 1㎞ 가량 시가행진을 했다. 이들은 협상장 진입을 위해 대형 컨테이너와 덤프트럭 등 바리케이드를 쌓아놓고 대치한 경찰과 30여분간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가 밧줄을 이용해 컨테이너 2동을 무너뜨리자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양측의 충돌로 광주시농민회 정책실장 오인교씨(43)가 머리에 부상을 입는 등 시위대 8명이 다쳤고 경찰 4명도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서귀포=장학만기자 local@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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