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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역사 시트콤'에 안방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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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역사 시트콤'에 안방이 웃는다

입력
2006.10.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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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트콤.’ 네티즌들이 MBC <주몽> 과 SBS <연개소문> 의 조악한 완성도를 꼬집으며 쓰는 말이다.

요즘 이 두 드라마는 종종 사극인지 시트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30명도 채 안되는 엑스트라로 부여와 한의 전쟁을 묘사한 <주몽> 의 전투 신은 저예산 투입에서 오는 어설픈 맛이 느껴지고, <연개소문> 의 젊은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는 연기력이 떨어지는 신인 배우들이 곧잘 출연하는 청춘 시트콤처럼 보인다. 또 매회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납치됐다가 금세 구출되는 식의 구성은 무슨 일이 벌어지건 30분 정도의 한 회 분량 안에서 다 해결되는 일일 시트콤의 그것과 똑같다.

그래서 요즘 시청자들은 <주몽> 과 <연개소문> 을 보며 웃는다. 다만 시트콤같은 유쾌한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는 웃음이라는 점이 다르다. 최근 <연개소문> 은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말이 무색하게 누가 봐도 그림으로 그린 것이 확연한 조악한 세트 배경(사진)을 그대로 보여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는 요즘 사극의 ‘외화내빈’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동안 사극은 제작하기는 어렵지만 한 번 성공하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장르로 여겨졌다. 제작비는 많이 들지만 풍부한 볼거리와 역사적 메시지가 시청자에게 재미와 교훈을 함께 준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속 제작과 개연성 없는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요즘 몇몇 사극들을 보면 제작사들이 이제 사극을 과거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격이었던 시트콤처럼 초반 홍보만 잘하고 그럴듯한 세트 하나 지으면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 쉬운 장르 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KBS2 <황진이> 는 극중 기생들이 드라마 출연진 중 한 명이 판매하는 황토팩을 연상시키는 황토를 얼굴에 발라 PPL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샀다.

물론 모든 사극이 뛰어난 작품이 되긴 어렵다. 하지만 ‘신화보다 위대한 영웅’(주몽)이니 ‘대제국 고구려의 마지막 영웅’(연개소문)이니 하는 거창한 간판을 달고 시작한 사극이라면 극의 완성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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