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가, 기회인가.’
국내 증시의 버팀목인 정보기술(IT)주들이 외국인 매도공세에 휘청거리고 있다. IT주는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증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터라 최근의 주가 행보는 투자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면 저점 매수 기회를 주는 셈이고, 외국인 매도가 대세하락의 전조라면 지금이라도 다른 종목을 알아봐야 할 일이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해 개미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외국인들은 24일 코스피시장 전기전자업종에서 1,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11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달 들어 하루를 제외하고 매도우위를 보여 이날까지 전기전자업종에서만 약 1조1,0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종목별로는 23일까지 삼성전자를 4,867억원 어치 순매도, 코스피 전 종목 가운데 가장 큰 매도세를 집중시켰고 이어 LG전자(2,094억원), 하이닉스(1,957억원), LG필립스LCD(757억원), 삼성SDI(565억원) 등 대형 IT주들이 각각 매도금액 상위 2,3,6,7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23일 50.02%로 떨어진 데 이어 24일에는 기어코 50%선이 무너졌다. 50% 하회는 2000년 2월24일 이후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주가도 흘러내리고 있다. 전기전자업종지수는 24일 0.13% 하락한 5,991로 마감, 6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6,000선이 무너진 것은 8월14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외국인들의 IT주 매도는 글로벌 업황 전망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대만에서도 대표적 IT주인 대만반도체를 외국인들이 매도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서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상대적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IT업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지난 8월 말 이후 반도체 가격 상승을 계절 요인에 따른 일시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과잉 우려가 커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IT주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점차 세를 얻고 있다. 성진경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탄력 둔화, 미국 기술주의 상대적 약세, 외국인들의 부정적 시각 등으로 IT 모멘텀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북핵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IT에 대한 기대가 재구축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적 개선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등 IT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쪽이 약간 우세하다. 대우증권 이건웅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이익률이 다른 나라 동종 업체와 비교해 크게 높은 데다, 업황 호조도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대규모 매도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들이 곧 매수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의 반도체 주식 매수 전환은 다른 IT업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도 “반도체 업종의 주가 약세는 저점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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