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했다는 2차 핵실험 관련 발언을 놓고 한미일 3국 정부의 시각과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북 조치과정에서 제재 강화냐, 외교적 해결 노력 강화냐에 대한 이들 3국의 선택이 달라져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중국측이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한 내용에는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말이 들어있다"며 "전후 맥락이나 전제로 보일만한 부분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추가핵실험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탕 특사의 방북을 즉각 보도하고, 김 위원장과 면담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준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흐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방북한 후이량위(回良玉) 중국 부총리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측은 방북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 러시아 방문 중 "탕 특사로부터 상세한 브리핑을 받았으나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사과했다거나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지 못했다"며 "6자 회담 복귀 같은 놀랄만한 내용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주중 일본 대사에 설명한 내용에는 2차 핵실험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일본 정부는 핵실험 가능성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탕 특사의 발언이 온갖 관측을 낳는 이유에 대해 다른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국가 지도자의 발언을 제3국에 정확히 전달해주는 일은 없다"며 "때문에 김 위원장 발언의 진의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탕 특사가 전한 것으로 보도된 북측의 6자 회담 복귀의사에 대해선 신중한 해석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의 관련 발언이 알려진 20일 정부 일각에서는 전향적 자세전환으로 평가하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22일 정부 당국자는 "6자 회담 재개에 희망을 가질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이 6자 회담 복귀의사를 밝혔지만, 대북 금융제재 해소라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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