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가 어느 새 거장의 반열로 성큼 올라선 첼리스트 장한나(24). 지난 7월 영국의 클래식 잡지 <그라모폰> 으로부터 '내일의 클래식 수퍼스타'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출반한 <첼로 협주곡 1번> 앨범은 '초연자이자 장한나의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를 뛰어넘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첼로> 그라모폰>
다음달 국내 팬들은 장한나의 쇼스타코비치 연주를 직접 듣는 기회를 갖게 된다. '로맨틱'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리사이틀로 11월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2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등 전국 7개 도시를 돈다.
지난해 8월 베를린필 신포니에타와의 협연을 위해 내한한 적이 있지만, 독주회는 2년 여 만이다.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를 비롯해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 쇼팽의 <첼로 소나타> <화려한 폴로네이즈> 로 구성됐다. 베네수엘라 출신 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티엠포와 동행한다. 화려한> 첼로> 아다지오와> 첼로>
"해외에서는 낭만주의 음악을 자주 연주했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하지 못했어요. 처음으로 가을에 갖는 한국 공연이라 계절에 어울리는 낭만적 레퍼토리를 하고 싶었어요." 21일 뉴욕의 집에서 전화를 받은 장한나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말끝마다 웃음이 따라왔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했다.
슈만과 쇼팽은 그렇다쳐도, 스탈린의 압제에 시달리던 20세기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와 낭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는 "쇼스타코비치는 로맨틱 히어로"라고 말했다. "낭만시대에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본인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중요시했죠. 쇼스타코비치는 시대가 안겨준 한계를 예술로서 강인하게 넘었어요.
강하지 않았다면 정치적 핍박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을거예요." 이번에 연주할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에 대해 장한나는"깨어지지 않는 리듬으로 질주하는 2악장과 소리내지 않고 지르는 비명과도 같은 3악장, 아이러니한 유머가 담긴 4악장까지 완벽한 작품"이라며 "한 번 연주하면 완전히 나가떨어지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첼로>
내년 봄 출반될 그의 다음 음반의 테마 역시 낭만이다. 드보르자크와 차이코프스키, 생상, 오펜바흐의 소품과 랄로의 <첼로 협주곡> 등 19세기 낭만 후기 작곡가들의 곡이 담긴다. 올 여름 극장측과의 의견 충돌로 취소됐던 어린이 음악회도 다시 추진한다. 첼로>
"신동에서 거장으로 가는 길이 힘들고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한나는 2년 전 타계한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이야기로 답을 대신했다. "클라이버는 연주회를 앞두고 일일이 모든 오케스트라에 편지를 써서 다른 지휘자들이 사용한 악보 복사본을 구했대요.
뉴욕필을 지휘할 때는 토스카니니가 메모해놓은 악보를 연구하는 거죠. 클라이버 같은 천재가 말이에요. 음악에 대한 그의 빛나는 해석은 그런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발전할수록 가능성이 무한해지는 게 음악이죠. 저도 제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겁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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