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가 현재 경제상황을 '사실상 불황'이라고 진단해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이 5%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달성할 것이라며 낙관하던 정부가 돌연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부총리가 스스로 불황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 사실도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방향 선회를 북핵 위기에 따른 경기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석연치 않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경기 띄우기라는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경기 부양의 부작용은 DJ 정부의 신용 남발에 따른 카드사태와 가계신용대란이 생생하게 증언한다. 대증요법식의 경기부양은 경제 흐름만 왜곡시키고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부른다는 점에서 극히 경계해야 한다.
경기부양에 대한 정부의 접근방식도 우려를 갖게 한다. 입체적 접근이 아니라 단편적 접근방식이 엿보인다. 내년 정부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공공부문 건설투자를 확대하는 방안과 금리 인하 가능성 정도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전례들이 말해주듯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가을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논밭(서민경제)에 물 한 동이 붓는 격이다.
금리 인하 역시 다시 뛸 기세를 보이는 부동산 동향을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효과가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더욱 강한 부양책을 택하게 되고 결국 무리한 경기부양으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지금은 단편적인 경기부양이 아니라 총체적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재정 확대뿐 아니라 내수, 투자 등 총수요를 끌어올리고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서민경제를 압박하는 내수 부진을 해결하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야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세제 감면과 근로소득세 인하 같은 부분적인 감세 조치를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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