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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노인수발보험/ 4중고 발목에 내년 시행 물건너 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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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노인수발보험/ 4중고 발목에 내년 시행 물건너 갈판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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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주요정책 중 하나인 노인수발보험의 2008년 7월 시행이 어렵게 될 전망이다. 정부의 스케줄대로라면 이미 2월 국회에서 노인수발보험법이 통과됐어야 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앞 다퉈 정부 법안과 배치되는 5개의 노인수발보험 유사 법안을 쏟아내는 통에 정부 법안이 국회에서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관련 법안들을 일원화, 노인수발보험을 조속히 시행하기 위해 법안 공청회를 내달 2일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단 한 차례의 공청회가 6개에 달하는 노인수발보험 관련 법안의 이견을 정리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데다 쟁점들에 대한 정치권의 견해차이도 너무 커 당국에서는 “원래 계획대로 노인수발보험을 시행하는 것은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쟁점

어째서 정치권은 노인수발보험법안에 대해 이토록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노인수발보험 시행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일까. 수발보험을 ‘대민(對民) 서비스’로만 바라봐야 하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계산하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각 법안의 쟁점들을 보면 하나같이 ‘표심’을 고려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노인수발보험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노인수발보험의 수급자(보험의 혜택을 받는 대상)에 대한 이견이다. 정부안은 노인수발보험 수급권를 65세 이상 노인 또는 64세 이하 가운데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수급자를 전 국민으로 놓고 있어 정부안과 크게 배치된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발의한 국민요양보장법안은 수급자의 범위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장애인을 포함한다.

두 번째 쟁점은 보험관리의 주체이다. 정부안에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자로서 노인수발보험의 주체가 되지만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보험자는 국가, 등급판정은 지방자치단체로 역할을 분담하는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을 내놓고 있다.

마지막 쟁점은 보험의 국가부담률이다. 정부안은 예산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노인수발보험 재정의 국가부담 정도를 정하도록 한다. 정부는 대략 이를 전체 필요 재정의 20%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정형근 의원의 법안은 국가부담률을 40%, 민노당은 50%, 김춘진 의원안은 무려 80%까지 잡고 있어 천양지차다.

노인수발보험 시행을 준비하는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내세운 관련 법안의 쟁점들을 살펴보면 특정 유권자층의 소망을 대변하는 내용이 다수고, 정부의 재정운영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 의사 출신 의원이 의사들의 왕진까지 노인수발보험 진료행위로 넣자고 주장한 것을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인프라 문제

노인수발보험 시행을 위해선 요양시설 확충이 필수적이다. 정부안대로 시행한다면 본격적인 수발보험시행 준비기간이 시작되는 내년 8월 전국적으로 8만5,000여명의 노인을 수용할 병상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설은 3만병상에 그쳐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노인수발보험이 시행되더라도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정부도 이러한 인프라 부족을 이미 시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지자체의 중증질환 노인 요양ㆍ재가시설 수급현황을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1만9,000여명분의 요양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지자체별로 보면 저소득층 대상 무료ㆍ실비 요양시설이 전무한 곳이 무려 59개 시ㆍ군ㆍ구에 달하며 이중 9곳은 아예 시설 설치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4개 시ㆍ군ㆍ구는 가정봉사원 파견 등 재가(在家)서비스를 담당할 시설이 전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노인지원사업은 장애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며 “하지만 민간자본이 속속 요양시설 설립에 뛰어들고 있어 상황이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인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움직임도 노인수발보험의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최근 광주 봉선동에서는 노인전문요양원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 수백명이 공사현장에 몰려들어 농성을 하고 공사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아노가 너싱홈 박연옥 원장은 “누구나 치매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무턱대고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노인수발보험이란…

치매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혼자서 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수발에 대해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회보험제도. 정부는 이 제도를 2008년 7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우선 8개 시ㆍ군ㆍ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정부가 내놓은 노인수발보험법안에 따르면 노인수발보험의 소요재정은 국민건강보험료(60% 내외)와 정부재원(20% 내외), 수발자 개인부담(10~20%)으로 채워진다. 노인수발보험이 적용되는 서비스로는 요양시설 이용료 지원, 재가서비스를 위한 수발사 임금지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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