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 주적 인식/ 전문가그룹 63.33… 가장 불안감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명제는 남북 분단 이후 오랫동안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논란이 돼오다 결국 지난해 초 국방백서에서 삭제됐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새삼 던진 이유는 정치적 고려나 정책적 판단을 떠나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우리 사회 각 집단의 안보 체감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이 항목에 대한 전체 그룹의 평균은 56.06점으로 ‘보통’보다 약간 높았다.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인식을 다시 갖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중 북한에 대해 가장 강한 불안감을 보인 그룹은 외교ㆍ안보 전문가들(63.33점)이다. 이어 일반 국민(56.72점), 일반부처 관료(54.17점), 외교ㆍ안보 관료(50.0점) 순이었다. 다른 항목에 비해 그룹간 편차는 작았지만, 수치로만 보면 외보ㆍ안보 관료그룹이 유일하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외교ㆍ안보 관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통일부 관료들은 3명 중 1명 꼴로 핵실험 이후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항목에 ‘절대 그렇지 않다’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반면, 외교부 관료들 가운데 부정적 답변은 1명에 그쳤다.
일반 국민들은 대북 주적 인식에 적극적(‘매우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인 의견이 46.6%로 중립적(19.4%)이거나 소극적인 의견(33.0%)보다 많아 전반적으로 불안감을 드러냈다. 정당별로는 햇볕정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지지층의 불안감(48.6%)이 오히려 열린우리당 지지층(26.0%)보다 더 높아 눈길을 끌었다.
■ 한·미동맹/ "한미 군사동맹 강화해야" 71.21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6개 질문 항목 중 유일하게 모든 그룹이 통일된 의견을 보였다. 전체 평균(71.21점)뿐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외교ㆍ안보 전문가그룹(77.5점)과 가장 소극적인 일반 부처 관료그룹(65.0점) 사이의 지수 편차도 12.5점으로 제일 작았다. 정부와 국민, 전문가 모두 이번 사태의 유력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한ㆍ미 군사동맹 강화를 꼽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관광 중단 등 다른 항목에선 일관되게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한 외교ㆍ안보 관료들(75.83점)도 이 분야에서 만큼은 일반부처 관료와 일반 국민(66.51점)보다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대체로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등 부정적 의견은 1명도 없을 만큼 단합된 모습도 보였다. 일반 국민, 일반부처 관료, 전문가그룹에서 6~20% 가량 부정적인 답변이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수세력 일각에선 참여정부의 '자주'나 '독자' 노선을 비판하고 있지만, 포용정책의 유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외교ㆍ안보 관료들도 전통적인 '친미'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ㆍ안보 관료들의 체감지수가 전체 평균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한ㆍ미동맹 분야가 유일했다.
하지만 동일 그룹 내 통일부와 외교부 관료들간 미묘한 시각차도 발견된다. 통일부 관료들 중 42.0%는 '중립(보통)' 의견을 보여 그룹 전체보다는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으나, 외교부 관료 가운데 '중립' 의견을 낸 사람은 17.0%에 불과했다. 일반 국민들 가운데 한ㆍ미 군사동맹 강화에 긍정적인 의견은 60.0%였다.
■ 금강산 관광 중단/ "화해의 상징" 중단에 중립·부정적
미국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북한 권부의 돈줄'로 지목하며 우리 정부에 사업중단 압력을 넣고 있는 반면, 정부는 남북화해의 상징적 사업이어서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는 금강산관광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모든 그룹이 중립 내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룹간 온도차는 컸다. 사업 중단에 가장 반대하는 그룹은 외교ㆍ안보 관료들로 체감지수가 29.17점을 기록, 정부 주무부서 내부의 온건기류를 반영했다. 응답자 분포에서도 외교ㆍ안보 관료들의 73.3%(22명)가 사업 존속을 지지했고, 16.6%(6명)만 사업 중단에 동의했다. 특히 통일부 관료들의 체감지수는 불과 6.25점으로 금강산관광 중단에 완강한 반대의견을 보였다. 일반 부처 관료들의 체감지수 역시 두 번째로 낮은 46.67점에 그쳤다.
전문가그룹과 일반 국민들은 53점대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관료그룹에 비해선 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분포로 볼 때 전문가그룹은 사업 중단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견이 각각 43.3%(13명)와 46.7%(14명)로 팽팽히 맞섰다.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금강산관광 중단 여부는 뜨거운 감자였다. 응답자의 42.8%가 사업 중단에 동의한 반면, 반대의견은 39.8%로 읓蕩活?이내였다. '중단' 의견은 50대(60.9%), 가정주부(50.3%), 한나라당 지지층(55.2%)에서 강세였고, '기조 유지' 입장은 20대(46.9%)와 30대(47.5%), 열린우리당(66.4%)과 민노당(68.6%)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이태희ㆍ김용식기자 news@hk.co.kr
정치부= 정상원기자, 경제부= 이진희기자, 사회부= 김희원기자
■ 어떻게 조사했나
북핵체감지수는 군사문제전문가 배진수(전 고려대 북한연구소 연구교수) 박사가 지난 2월 발간한 ‘북한, 통일, 남북관계 예측’이라는 저서에서 처음 제안한 ‘안보체감지수’라는 개념을 원용한 것이다. 배 박사는 통계청이 도시지역 1,000가구를 대상으로 현재의 가계심리 등을 수치화해 소비자체감지수를 발표하듯이, 지금의 안보상태를 체감지수로 알아보자고 제안했다.
배 박사의 안보체감지수 측정방법은 소비자체감지수 측정방법과 비슷하다. 전문가 그룹(30명)을 대상으로 ‘한반도의 안보 여건’ ‘남북관계의 우호도’ ‘북한의 도발의도’ 등 5개항을 질문한 다음, ‘매우 호전’ ‘약간 호전’ ‘비슷’ ‘약간 악화’ ‘매우 악화’라는 5개의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 국민체감지수를 측정한다. 동일한 시기에 정부 부처 실무자(30명)를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 정부체감지수를 얻어낸다. 양 지수에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안보에 대해 느끼는 시각차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은 배 박사의 분석 틀을 활용하되, 정부와 민간 부문을 ▦외교ㆍ안보 관료 30명 ▦일반 부처 관료 30명 ▦전문가(외교ㆍ안보 분야 교수 및 연구원) 30명 ▦일반 국민 500명으로 더 세분화했다. 이어 이들에게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초래된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6개항의 질문을 던진 다음, ‘매우 그렇다(100점)’ ‘대체로 그렇다(75점)’ ‘보통이다(50점)’ ‘대체로 그렇지 않다(25점)’ ‘전혀 그렇지 않다(0점)’ 등 5개의 답변 중 하나를 고르게 해 북핵체감지수를 측정했다. 평균값이 높을수록 안보 민감도가 높고 대북 강경제재를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배 박사는 “우리는 지금 현안마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안보를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면서 “안보도 소비자체감지수처럼 객관적인 잣대로 측정해야 내부 분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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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I 참여/ PSI참여 58.08점… 찬성쪽으로 기울어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참여해야 하느냐 여부다. 야당과 보수세력은 북한에 대한 제재 의지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북핵 관련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PSI 적극 참여는 언제 터질지 모를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의 뇌관을 건드리는 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처럼 양면적 성격을 지닌 PSI 참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 4개 그룹의 평균지수는 58.08점으로 ‘참여’ 쪽에 기운 반면, 외교ㆍ안보 관료그룹(47.5점)은 ‘중립(보통)’에 가까웠다. 이는 미국의 PSI 참여 요구와 포용정책 유지라는 기존 정책 사이에서 정부의 실무 관료들조차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교ㆍ안보 관료들의 이런 반응은 일반 국민의 체감지수(70.66점)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일반부처 관료(54.17점)와 전문가 그룹(60.0점) 역시 이 문제에서는 일반 국민과의 편차가 상당했다. PSI 참여(‘매우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 지지 비율은 일반 국민(63.8%)이 가장 높았고, 이어 외교ㆍ안보 전문가(56.7%), 일반부처 관료(46.7%) 순이었다. 외교ㆍ안보 관료그룹의 참여 지지 비율은 20.0%에 불과했고 중립(보통) 의견이 46.6%로 가장 많았다.
반면 일반 국민들은 PSI 적극 참여에 대해 전체 항목 중 포용정책 수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보였다. 반대 의견은 15.0%에 불과했다.
■ 포용정책 수정/ 일반 국민 73점… 가장 적극적
포용정책의 수정 여부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가장 논란이 돼온 정치적 쟁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정부와 민간 부문의 의견차이가 뚜렷했다. 외교ㆍ안보 관료들은 포용정책 수정에 가장 부정적(46.67점)이었고, 일반부처 관료들도 비교적 중간적 입장(51.67점)을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온건 대응론에 '코드'가 맞닿아있는 셈이다.
반면 일반 국민들은 조사 대상 4개 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포용정책의 수정을 요구(73.86점), "지금은 북한에 채찍을 가해야 할 때"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더 접근했다. 외교ㆍ안보 전문가그룹(66.67점)도 '대폭 수정' 쪽으로 기울었다. 포용정책 수정에 반대하는 통일부와 외교부 관료들간 온도차도 느껴진다. 통일부 관료들의 이 항목 체감지수는 25.0점으로 '강력 반대' 의견이 주류였다. 반면 외교부 관료들은 64.58점으로 전체 평균(59.72점)을 웃돌았다. 일반부처 내에서 경제부처와 사회부처 관료들간 시각차도 발견됐다. 사회부처 관료들(43.33점)은 포용정책 수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약간 우세했으나, 보수적 성향인 경제부처 관료들(65.0점)은 '수정' 쪽으로 기울었다.
일반 국민들은 '포용정책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69.0%가 '그렇다'고 동의했다. '대체로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은 11.0%에 그쳤다. 모든 연령층에서 포용정책 수정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한나라당 지지층(78.4%)에서 특히 높았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도 수정에 동의하는 의견이 56.2%로 비교적 높았다. 지역별로는 햇볕정책의 영향 탓인지 광주와 전남ㆍ북의 체감지수가 65.69점으로 가장 낮았다.
■ 개성공단사업 중단/ 평균 36점… 지수 가장 낮아
개성공단사업 중단 여부에 대한 전체 4개 그룹의 평균 북핵체감지수는 36.35점으로 6개항의 질문 중 가장 낮았다. 편차는 있지만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개성공단사업 중단에 반대하는 의견이 강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외교ㆍ안보 관료들은 20.0점의 체감지수를 보이며 사업 중단을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조사에 응한 통일부 관료들은 1명을 뺀 전원이 사업 중단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조사 대상 그룹과 항목을 통틀어 최저점(1.6점)을 기록했다. 개성공단사업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통일부가 느끼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사업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는 여권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 부처 관료들도 34.17점을 기록, 강도는 외교ㆍ안보 관료그룹에 비해 떨어지지만 '사업기조 유지'에 힘을 합치는 양상이었다. 분포상으로도 70.0%(21명)의 일반부처 관료들이 사업 중단 반대의견을 밝혔고, 16.7%(5명)만 중단에 동의했다. 전문가그룹의 경우 체감지수는 43.33점으로 중단 반대 쪽으로 기운 듯 했으나, 분포상으론 사업 중단 반대 46.7%(14명), 찬성 33.3%(10명)로 정부 관료들에 비해 반대의견이 대폭 줄었다.
개성공단사업 중단에 대해 반대의견이 가장 약한 그룹은 일반 국민들이었다. 체감지수가 47.90점이지만 스펙트럼으로 볼 때는 중립 의견에 가까웠다. 20~40대 계층은 체감지수가 모두 40점대 초반으로 사업 중단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60대이상에선 61.36점으로 사업 중단을 지지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와 전남ㆍ북의 체감지수가 39.55점으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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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안보 관료 가장 온건·소극/ 국민과 종합지수 차이 17점
외교ㆍ안보 관료그룹은 거의 모든 질문 항목에 걸쳐 다른 그룹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4개 그룹 가운데 가장 온건하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가장 강성을 띤 일반 국민들과 대척점에 섰다. 그만큼 정책당국과 일반 국민의 시각차가 크다는 얘기다. 6개 항목을 모두 아우른 평균 북핵체감지수의 경우 외교ㆍ안보 관료그룹은 ‘보통’(50점)에 미달하는 44.86점, 일반 국민은 61.48점이었다.
항목별로 보면 외교ㆍ안보 관료는 금강산관광 중단, 개성공단사업 중단, 포용정책 수정, PSI 참여 여부를 묻는 4개 항목에서 일반 국민과 23.16~27.90점의 편차를 드러냈다. 5단계로 구성된 답변간 지수 차이는 25점이다. 따라서 적어도 4개 항목에서 국민이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외교ㆍ안보 관료들은 ‘중립(보통)’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외교ㆍ안보 관료그룹은 비슷한 맥락인 두 사안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특이함도 보였다. 예컨대 일반 국민이나 전문가그룹은 한ㆍ미 군사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대체로 PSI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외교ㆍ안보 관료들은 동맹강화를 외치면서도 PSI 참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ㆍ미 군사동맹 강화와 포용정책 수정 간 관계에서도 외교ㆍ안보 관료들은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통일부 관료들은 전체 평균과 뚝 떨어져 획일적인 반대의견을 많이 내 눈길을 끌었다. 개성공단사업 중단 여부에 대해 전원이 ‘매우 반대’ 의견을 냈으며, 금강산관광 중단(75.0%), 포용정책 수정(58.0%)에 대해서도 ‘매우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이태희ㆍ김용식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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