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야생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심상치 않다.
23일 일본 기후(岐阜)현에서는 덫에 걸렸던 반달가슴곰이 도망치면서 사람을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 이 곰은 최근 일본 전역에서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설치된 포획용 덫에 걸려들었지만, 이를 뿌리치고 나와 주변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산이 많은 나가노(長野)현은 특히 피해가 심한 지역 중에 하나이다. 지난달 20일 오타리무라(小谷村)에서 아침 등교하던 남자 중학생이 곰에게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는 등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곰에 의한 습격은 오타리무라에서만 170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집단 등하교를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나가노현에 접수된 곰 출몰 정보는 3,031건 이상이며, 2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는 예년의 2~3배에 이르는 것인데, 일본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걱정거리로 급부상했다.
일본에서 야생 곰에 의한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곰의 출몰 빈도와 습격 양상이 예년과 다르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보통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것은 주식인 너도밤나무와 밤나무가 흉작일 경우가 많았다. 곰이 마을에 나타난다고 해도 사람 보다는 농작물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에게 발견되면 곧바로 도망쳤다.
그러나 올해 두드러진 현상은 곰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시가지까지 진출해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청소하던 할머니, 집 앞에서 산책하던 주부가 곰의 습격을 받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생 곰의 흉포화로 사살된 곰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다. 23일 현재 사살된 곰은 2,310여마리로, 역시 피해가 컸던 2004년의 2,225마리를 이미 넘어섰다. 야마가타(山形)현이 363마리, 후쿠시마(福島)현이 301마리, 나가노현이 289마리를 기록하는 등 상위를 차지했다.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곰에 대한 밀렵을 부추길까 또 걱정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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