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고 머리가 나쁘며, 부잣집 아이들은 충동을 잘 억제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부(富)가 전부는 아니지만, 중산층에 속하는 가정의 자녀들이 성적이 높고 좋은 대학을 가며 결과적으로 계층이 상속된다는 건 사회학적으로 많이 연구된 사실이다. 물려받은 재산과 좋은 교육여건이 있으니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분히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이 요인들이 뇌의 기능에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계층이 상속되는 인지적 배경을 뇌 과학자들이 탐구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인지과학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마타 패러 교수는 지난달 학술지 <뇌 연구> (Brain Research)에 10~13세의 중산층·하층 가정의 아이들 60명을 상대로 인지력 테스트를 벌인 결과 중산층의 어린이가 인지능력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뇌>
나이, 성별, 인종, 신체적 건강상태는 모두 비슷했다. 이들의 연구가 지능지수(IQ) 테스트와 다른 점은 측전두엽(작업기억력), 내 전전두엽(보상체계) 등 뇌의 영역별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가진 뇌 기능은 어휘력 문장력 음운구분 등을 포함한 언어능력과, 기억력이었다. 또한 복잡한 임무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이를 계획, 처리할 것인가 하는 인지적 제어능력도 중산층 어린이들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가 ‘가난->뇌 발달의 저해->낮은 인지적 성취도’라는 도식적 결과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패러 교수는 논문에서 “연구결과 아동기의 가난이 특정한 인지능력을 떨어뜨려서 지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며,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된 인지능력은 오히려 더 적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이 전전두엽의 기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매우 흥미를 끈다. 전전두엽은 IQ로 대변되는 일반지능과 연관이 있을 뿐 아니라 충동을 제어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충동을 억제하고 보상을 늦출 줄 아는 능력이 사회적 지위상승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마시멜로 이야기> 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유치원생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사탕을 당장 1개를 받을 것인가, 몇 시간 후에 더 많이 받을 것인가를 선택하도록 한 결과, 참았다가 더 큰 보상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수학능력평가(SAT)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과연 뇌 기능으로 확인해도 이것이 사실일까? 마시멜로>
하지만 보상과 관련한 전전두엽의 기능은 중산층이나 하층 어린이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만약 충동을 잘 억제하고 미래의 보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킨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번 연구결과는 최소한 그 영향이 아동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패러 교수 연구팀은 2005년에도 유치원생 아이들을 중산층과 하층 가정에서 30명씩 뽑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여기에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두 집단 모두 30명 중 23명이 당장 스티커를 받는 것보다 나중에 더 많은 스티커를 받는 ‘지연된 보상’을 선택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