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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단위 강제, 문화전통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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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단위 강제, 문화전통도 고려해야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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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가 '평'이나 '근' 등 비법정 도량형 단위의 사용을 강력히 금지하기로 했다. 1961년 계량법의 시행 이래 45년간 '미터법'이라 불려 온 국제단위계(SI)를 법정계량단위로 삼아 왔으나 지금도 전통단위가 널리 쓰여 국민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산업 현장의 능률 제고를 위한 규격 표준화와 그 근거인 단위 표준화의 필요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산업 표준화 요구가 궁극적으로 일상생활과 밀착하지 못할 때의 한계도 이해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도량형 단위는 단순한 생산ㆍ가공ㆍ판매의 기준이 아니다.

거기에는 사회집단의 독자적 문화전통이 녹아 있으며, 언어와 사고의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1795년 프랑스가 10진법에 기초해 만든 '미터법'이 보급되기 시작한 지 200여 년이 넘었고, 국내에서 법까지 만들었어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게 다 그 때문이다.

최근 야드나 마일, 파운드 등 영미 계통 단위까지 뒤섞여 쓰이는 것도 문화 유입과 떼어 보기 어렵다. 이런 측면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미터법으로만 표기하라는 것은 심하게 말해 '삼척동자'를 '91㎝ 동자'로 쓰라는 격이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미터법이 완전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소규모 생산자들의 비중이 커서 전환이 더뎠던 의류, 신발 등의 분야에도 지금은 미터법이 깊이 침투했다.

이런 마당에 새삼스럽게 법정단위 강제를 들고 나온 산자부의 자세는 어딘가 어색하다. 객관적 계측 단위와 무관한 음식점의 '1인분'에까지 법정 단위를 적용하겠다니 육류는 그렇다 치고, 떡볶이나 냉면에까지 법정 단위를 들이대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아무리 필요성이 크다고 해도, 일정 기간의 계도를 거친 후 곧바로 과태료까지 물리겠다는 계획은 너무 심하다. 전면 재검토해서 마땅하다. 아울러 전통 단위와 법정 단위의 병기까지 막을 게 아니라 당분간 중고령 세대의 감각을 존중, 전통 단위를 병기해 주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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