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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갱단 출신 마약사범이 학원 영어강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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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갱단 출신 마약사범이 학원 영어강사로?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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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한인 갱단 출신 동포들이 국내에서 무자격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다 꼬리를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네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김모(26)씨는 1997년 고교를 중퇴하고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 폭력조직 ‘K.P.B’(Korea Play Boys)에 가입했다. 미국에서도 악명 높은 이 조직에서 활동하던 김씨는 2000년 10월 강도와 불법 총기사용 등의 혐의로 미국 경찰에 체포됐고, 유죄판결을 받아 영주권을 박탈당한 채 한국으로 추방됐다.

낯선 한국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브로커를 통해 만든 가짜 미국대학 졸업장만 제시하면 별다른 신원 확인없이 어학원에 영어강사로 취업할 수 있었다.

김씨는 한국에 온 직후인 2000년 말부터 강남과 경기 안양 등 수도권 일대 유명 사설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김씨 같은 재미동포들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해 어학원에서 인기가 높았다. 또 다른 LA 갱단 출신 한모(33)씨는 경기 안산 L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다 올해 초 이 학원 ‘이 달의 우수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재미동포는 학원 일이 끝나면 마약의 유혹에 취해 지냈다. 김씨 등 갱단 출신 재미동포 7명은 이집 저집 몰려다니며 대마와 히로뽕을 마셔댔다. 마약은 2004년 한국에서 마약 전과를 기록한 김씨가 주로 공급했다.

미국 대학 졸업장은 브로커 김모(44)씨를 통해 제공받았다. 김씨는 집 컴퓨터에 위조 프로그램을 설치해 텍사스 A대학의 가짜 졸업장을 만들고 학원 취업을 알선해 3억여원을 챙겼다. A대학은 미국에서 명문대로 통한다.

브로커 김씨 역시 2000년 불법 총기사용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당한 처지였다. 하지만 서울의 중학교 2곳에서 방과 후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김씨는 미 갱단 출신 재미동포들의 모임을 주선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가 관리하는 재미동포와 외국인 영어강사만 80명에 달한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3일 학원강사 김씨 등 7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캐나다 동포와 미국인 등 다른 강사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브로커 김씨 등 3명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기가 높아지면서 학원에서 해외동포를 무분별하게 영어강사로 채용하고 있다”며 “무자격 학원강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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