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간의 ‘연료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년 여에 걸친 고유가 국면이 계속돼 가솔린 연료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연구기관과 자동차 업체들이 ‘포스트 가솔린’ 시대에 대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체 연료 연구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쇳가루에 대한 연구다. 미국의 공학분야 국책연구소인 오크리지연구소에 따르면 쇳가루를 나노미터 수준의 분말로 잘게 부수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쇳가루는 연소점이 섭씨 2,000도 이상이기 때문에 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50나노미터(머리카락의 1,000분의1 굵기) 분말로 만들면 섭씨 250도에서 쉽게 연소 된다.
쇳가루는 이미 우주왕복선과 로켓 추진식 어뢰의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쇳가루 33ℓ를 태우면 휘발유 50ℓ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이산화탄소나 산화질소 등 공기오염 물질 배출도 없다. 기존 내연기관을 조금만 개조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붕소나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도 50나노미터 분말로 만들면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효율성에서 쇳가루에 뒤떨어진다.
쇳가루가 아직 실용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엔진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프리우스 등 그 동안 소형차 위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했던 토요타는 고급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9월 한국토요타가 내놓은 ‘렉서스 RX400h’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공인 연비가 ℓ당 12.9㎞로, 동일 차종의 가솔린 모델보다 1.5배나 뛰어나다. 출력은 최고 272마력에 달한다. 중ㆍ저속 주행 시에는 전기모터가 사용되고, 속도가 높아지면 기존 엔진이 가동되며 감속할 때는 남는 출력을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손실을 막는 방식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사고 발생시 감전위험을 제기했으나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각종 안전장치 때문에 기존 차량의 연료탱크가 폭발할 가능성보다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혼다도 소형 하이브리드카의 국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 업체들은 디젤 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디젤 엔진은 가솔린보다 효율이 40% 정도 좋지만, 소음이 크고 고속 주행에 적합하지 않아 고급 승용차에는 외면을 받아 왔다. 그러나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디젤엔진을 장착한 세단이 보급되면서 이 같은 편견이 깨지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상황에 따라 5개 종류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멀티 퓨얼(Multi-Fuel)’ 자동차로 포스트 가솔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차는 가솔린은 물론 대체 연료로 각국이 개발한 하이탄(수소메탄), 바이오 메탄, 천연가스, 바이오 에탄올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마츠 모렌 멀티 퓨얼 개발팀장은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능(최대 출력 200마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가솔린 시대는 곧 저물게 될 것”이라며 “방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유럽과 일본 업계 모두 ‘포스트 가솔린’ 준비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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