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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결의 이후/ 김정일 발언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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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결의 이후/ 김정일 발언의 진실은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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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추가 핵실험, 6자회담’ 관련 발언의 실체와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런 발언 자체를 부인해 의문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과연 김 위원장 발언의 진실은 무엇이고, 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는 것일까.

탕자쉬안-김정일 면담의 진실은

1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琁) 국무위원(부총리급)은 하루 뒤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다. 그리고 20일 베이징으로 돌아온 탕 특사는 라이스 장관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이날 오후 북핵 담당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을 통해 주중 한국ㆍ일본 대사 등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즉시 외교통상부에 이 내용을 구두 및 암호 전문으로 보고했고 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도 내용이 전파됐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추가 핵실험, 6자회담 관련 발언이 흘러나왔다.

중국측 설명을 담은 주중 대사관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이 탕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김 위원장은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이 있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발언과 함께 김 위원장은 미국의 군사 위협, 금융제재 등 자신들이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고, “미국이 우리(북한)를 못살게 굴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또 ‘미국의 압박이 없다면 6자회담에 나갈 테니 대신 금융제재도 해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 해석 차이

중국은 이번에 김 위원장 발언을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정리한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김 위원장이 핵실험, 6자회담 관련 발언을 하면서 곁들인 이야기가 전제 조건인지 아닌지 해석이 엇갈렸다.

한 다리 건너 이를 전달 받은 외교부와 통일부의 해석마저 차이를 보이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추가 핵실험 중단을 통한 대화 국면 조성’에 무게를 두고 해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금융제재의 모자를 쓴 채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대화 재개쪽에 무게를 실었다. 또 ‘미국의 태도에 따르겠지만,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도 ‘추가 실험 계획이 있지만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말보다는 낙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제시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거두절미해서 회담 복귀, 핵실험 중단으로 보기는 어렵고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특히 일부 외교부 관계자는 “전향적으로 볼 만한 문구가 전혀 없다”며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평소 북한의 행태가 못마땅했던 외교부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를 주목한 반면, 통일부는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중적 태도와 이를 이용하려는 중국측 의도에 휘말렸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라이스는 정말 몰랐나

김 위원장 발언을 둘러싼 혼란은 라이스 장관 때문에 가중됐다. 그는 20일 탕 특사 면담을 마친 직후 “면담에서 북한으로부터 놀랄 만한 제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21일 CNN 기자회견에서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는 확약으로 보이는 어떤 특별한 메시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중국측이 실제로 발언을 전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가 듣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특히 21일 러시아행 비행기에서 라이스 장관이 “탕 위원은 ‘김 위원장이 다시는 실험을 하지 않겠다(He would not ever test again)’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을 낳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말은 ‘(추가 핵실험 중단 이야기를 중국측으로부터 들었지만) 북한이 영원히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대화 의사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북한을 계속 몰아붙이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무시 전략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무시는 북한의 반발을 가져와 추가 핵실험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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