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아닌 협력자로 한국의 군 현대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야이르 라마티(52) 이스라엘항공산업(IAI) 마케팅 담당 총괄 부사장은 23일“이스라엘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한국은 도약을 위한 최상의 파트너”라며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디펜스 아시아 2006’ 참석차 19일 방한했다.
IAI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연간 매출액 26억 달러(약 2조6,000억원)에 1만5,0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이스라엘 굴지의 우주ㆍ항공기업이다. 항공기 개조부터 무인항공기, 미사일요격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최첨단의 폭넓은 기술을 자랑한다.
이 회사는 공군이 20억달러(약 2조원)를 들여 도입을 추진 중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E_X)과 관련해 최근 주목을 받았다. AWACS는 항공기에 레이더를 장착해 저공으로 비행하는 적 항공기를 샅샅이 찾아낼 수 있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둔 한국군의 정보획득능력 향상에 필수적인 장비로 꼽히고 있다.
IAI 계열사인 엘타(Elta)사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G_550은 미국 보잉사의 B_737과 경합을 벌였지만 우리 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얼마 전 입찰 자격을 박탈당했다. 라마티 부사장은 평가 과정에 대해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G_550은 보잉사 제품에 비해 기체가 작은 만큼 도입 가격도 싸고 유리한 기술이전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현재 IAI는 방위사업청에 재심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라마티 부사장은 1982년 이스라엘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IAI에 입사해 줄곧 무기개발 업무를 담당해 왔다. 2000년 미사일방어기술 교류를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역동성’이란 답이 돌아왔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눈부신 발전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스라엘에서도 휴대폰을 비롯한 한국 제품은 고품질로 정평이 나 있지요.” 그의 부인 역시 몇 달 전 한국산 중형차를 주저없이 구매했다고 한다.
그는 민간 교류 이외에도 지정학적 동질성을 거론하며 양국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과 주변 아랍국가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은 비슷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의 지원으로 안보 위협에 대처하고 있는 점도 독자적인 방어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요.” 현재 수천만 달러 수준(상용항공기 부문)인 거래규모가 곧 확대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이런 분석이 뒷받침된 결과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술력과 이스라엘이 강점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결합은 서로에게 윈_윈 전략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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