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5시 50분께 충남 공주시 교동 원희정신과의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양모(62)씨 등 입원환자 5명이 숨지고 3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불은 4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있는 병원 내부 170여평을 모두 태우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50분만에 진화됐다.
입원환자 40명과 병원당직자 2명은 병원 밖으로 나왔으나 늦게 대피한 환자 5명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병원 후송 도중 숨졌다. 입원환자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중증정신질환자와 치매환자 등이 많았고, 병원 직원이 이들을 신속히 대피시키지 못해 사상자가 많았다. 게다가 외부 창문은 방범용 창살로 가로막혀 있어서 구조작업이 오래 걸렸다. 마침 인근에 있던 이삿짐센터 직원과 한전 직원이 사다리차와 전기수리차량을 3층 창문에 대고 환자들과 함께 방범창을 떼어내고 일부 환자를 구조했다.
경찰은 병원 내부 4,5곳에서 누군가 고의로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을 발견하고 타다 남은 재를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또 사망자 가운데 1명이 화재 발생 직전에 담배를 피면서 병원 안을 돌아다녔다는 환자들의 진술에 따라 병원 CC(폐쇄회로)TV를 복원, 방화 용의자를 색출하고 있다.
당시 당직근무 중이던 병원직원 유모(38)씨는 “당직 근무 중에 치료실에서 불이 나 자체진화를 하던 중 CCTV를 통해 병원 내 다른 곳에서도 연기와 불길이 솟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건물 2층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조모(27)씨도 “3층에서 비상벨이 울려 올라갔으나 병원 직원이 ‘별일 아니다’고 해 내려왔는데 뒤이어 비상벨이 계속 울리면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부상당한 일부 환자들은 “일찌감치 대피하려고 했는데 병원 직원이 ‘진화했다’며 다시 입원실로 들어가라고 했고, 뒷문까지 잠겨 있어서 대피가 늦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주=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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