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방문 시‘춤 파문’이 정치권에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낳고 있다. 이 문제가 여야의 이념ㆍ노선 갈등까지 촉발하는 양상이다.
우리당에선 김 의장에 대한 비판과 옹호론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당내 중도ㆍ보수파 의원들이 김 의장의 책임론까지 거론하자, 개혁파 진영이 서서히 반격에 나서고 있다.
공단 방문을 반대했던 정장선 비대위원은 22일 “많은 의원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고, 중도파인 주승용 의원도 “민감한 시기에 너무 가볍게 처신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김 의장의 잘못 때문에 당 전체가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며 “본인으로서는 본말이 전도됐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겠지만 여당 의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감안할 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사실상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의 적지 않은 만류를 뿌리치고 개성공단 방문을 강행했다가 물의를 빚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방문에 동행했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 글에서 “개성공단 방문을 준비하는 김 의장에게서 과거 백범의 결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춤은) 핵실험과는 무관한 평범한 식당 종사자의 권유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간애의 발로”라고 김 의장을 엄호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도 “남북 경협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각인시켰고 북측에 2차 핵실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게 이번 방문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야파 의원은 “방문 자체를 반대했던 인사들이 ‘그것 보라’는 식으로 계속 나오면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파문이 당내 이념대립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작은 돌발변수라도 큰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대로 가면 25일 재보선 패배가 현실화할 경우 당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권의 대응도 이념적 분화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도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김 의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등 공세를 계속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중단시키려는 악의적 정치공세로 폄하했다.
김 의장의 방북 여파, 크게 보면 북핵 문제가 여당의 분화는 물론 정치권 전체의 개편을 부를 단초가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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