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2월17일. 부산 연산1동 1008….”
그가 기억하는 전부다. 버려진 날짜와 장소뿐. 그래도 엄마를 꼭 보고 싶다. 21년 만에 코로 맡는 모국의 가을바람은 무뎌진 가슴에게 비릿한 엄마의 숨결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내 뿌리와 핏줄에 끌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리움만으로는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관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메트만경찰서의 한국 입양인 출신 카타리나 코흐(25ㆍ여) 순경은 “내가 잉태되고 태어난 나라, 지금 여기 발 딛고 서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그는 경찰청이 마련한 <해외 한인경찰관 초청 문화행사> 에 초대받아 23일부터 5일 일정으로 고국에 머물고 있다. 행사에는 미국 노르웨이 독일 등지에서 현지 경찰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해외입양인(6명) 혼혈인(2명) 재외동포(8명) 고려인(1명) 출신 한인경찰관 17명이 참석했다. 해외>
코흐 순경의 친부모 찾기는 모국에 오기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독일월드컵 기간 중에 현지에 파견 나온 국가정보원 직원을 직접 찾아가 친부모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국정원은 홀트아동복지회 경찰 등의 협조로 끊겨 버린 인연의 실 타래를 이어갔다.
코흐 순경은 자신의 기억처럼 1981년 12월17일 부산 연제구(당시 동래구) 연산1동 1008 골목에 포대기에 싸인 채 버려졌다. 생후 20일 남짓이었다. 부산시 아동임시보호소를 거쳐 82년 부산 금정구의 보육원 동성원에 맡겨졌다. 85년엔 김숙희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해 11월 독일인 교사 게르하드 코흐(54) 부부에게 입양됐다.
기록은 거기까지였다. 다른 관련서류는 보존기간 경과로 폐기된 뒤였다. 하지만 코흐 순경은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이번엔 공식행사 때문에 왔지만 다음엔 꼭 고향 부산에 내려가 친부모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2002년 독일 경찰학교에 입학해 지난해 정식 경찰관이 됐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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