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회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구관서 사장의 석ㆍ박사 논문 자기표절을 확인하고도 ‘표절’ 대신 ‘중복 사용’이라는 애매한 판정을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또 구 사장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인 서정화 홍익대 교수가 이 학회 상임이사인 점을 들어 학회측이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학회는 19일 구 사장의 석ㆍ박사 논문 자기표절 여부 판정을 의뢰한 EBS 노조에 보낸 의견서에서 “(구 사장이) 자신의 석사 논문을 (박사 논문에) 각주 없이 인용한 경우는 표절이라기보다 중복(이중) 사용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학회측은 또 “박사 논문의 이론적 배경과 접근방식 등의 내용을 석사 논문에서 인용하고도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지적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복 교육학회장 직무대행(경인교대 교수)은 “구 사장의 박사 논문이 자신의 석사 논문을 베낀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 표절’ 용어가 부적합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중 사용’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오히려 ‘중복 사용’이 부적절한 용어라고 지적한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표절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해괴한 용어를 사용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방송위원회ㆍEBS 국정감사에서도 구 사장의 논문 표절 논란과 거취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구 사장의 석ㆍ박사 논문이 ‘자기 표절’이라는 소견서를 냈다.
교육방송 사장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라며 임명권을 가진 방송위원회에 사태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종복,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구 사장이 임명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4일 본부장, 팀장 인사를 단행한 것은 문제 아니냐”고 따졌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구 사장이 출근을 못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는데 9, 10월 급여로 1,847만8,000원을 챙기고 EBS 공금으로 1일 15만원짜리 호텔급 객실(교육문화회관)에 머물며 근무해온 행태는 도덕적 해이”라고 주장했다.
구 사장은 팀장들의 업무협의 거부로 국감 준비를 하지 못한 탓에 이날 의원들의 질의에 “조사해 조치하겠다”는 등의 형식적 답변만 되풀이했다가 일부 의원들로부터 “출근도 못하면서 무슨 조사를 하느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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