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도 깊은데 다들 지쳐 보이는 게 딱했던지 후배가 제 차로 모두 집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사양하던 한 친구가 정작 차에서는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다. "그럴까요? 그럼 어디가 좋을까요?" 후배가 물었다.
"남산 전망대 어때?" 내 제의에 이구동성 야유했다. "그게 드라이브냐? 너희 집 가는 길이지." 왈가왈부 끝에 우리는 양화대교 근처 한강시민공원을 향해 서쪽으로 달려갔다. 피곤하고 막막하기만 했는데 도착해서 강바람을 맞으니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둑을 내려가 강물을 따라 걸었다. 물살이 셌다. 서강대교 못 미쳐서 우리는 작은 배를 발견했다. 한강 순시선이었다. 배에 오르려 어두운 강물을 건너뛸 때 오금이 저렸다.
우리는 뱃전에도 앉고 바닥에 다리를 뻗고도 앉았다. 한가운데 서서 양 발을 번갈아 구르며 배를 요동치게 하던 후배가 나지막이 일렀다. "김 선배가 밧줄 푸는데요." 돌아보니 술 취한 친구가 밧줄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배가 떠내려가면 모두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소리쳐야 할까? 어쩌면 저 아래 선유도에 걸릴 수도 있겠지. 물너울이 철썩 뱃머리를 때리며 서쪽으로 넘실넘실 흘러갔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