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신체의 여러 장기들이 노화현상을 보이는데 그 중 하나가 남성의 발기부전증이다. 음경의 발기현상은 성적인 자극에 의해 신경 자극 신호가 대뇌에서부터 시작돼 척수를 거쳐 말단 장기인 음경으로 도달되면서 일어난다. 이 신호가 음경의 근육과 혈관을 늘어나게 만드는데 나이가 들면 이 ‘작동 장치’ 에 필요한 호르몬이 줄고 근육의 탄성도 떨어져 음경이 커질 수 없게 된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음경에 주사를 맞으면 딱딱한 발기를 얻을 수 있게 됐고, 약 8년 전부터는 먹는 약도 개발돼 이 분야의 치료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게 사실이다.
현재는 4종의 약제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초기 단독 주자였던 실데나필(상품명 비아그라)과 함께 바데나필(상품명 레비트라), 타달라필(상품명 씨알리스)이 연이어 수입됐고, 최근에는 국내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우데나필(상품명 자이데나)이 시장에 합류했다.
이들 약제는 판매 초기 몇몇 환자들에게 일어난 심장마비 등의 사고가 보고되면서 안전성 의문이 제기됐고 이 약제의 관련 학회인 비뇨기과학회, 남성과학회 등이 부랴부랴 약제의 안전한 처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는 벌써 발매된 지 오래돼 그 동안의 임상연구 및 경험을 통해 위의 사고들이 대부분 약제에 의한 영향이 아니라는 게 규명됐다.
현재는 협심증 혹은 심근경색증이 있거나, 질산염을 포함한 약제를 복용하지 않는 한 비교적 안심하고 발기부전제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주의를 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제인 교감신경차단제를 먹고 있다면 적어도 4시간 차이를 두고 발기부전제를 복용해야 한다. 또 일부 발기부전제는 부정맥 치료제와 병용하면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항고혈압제와도 시간을 띄워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발기부전제의 약효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대개 만족할 수준이다. 만일 처음 복용시 효과가 없다면 바로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몇 가지를 점검하라. 발기부전제는 성적 자극이 먼저 이루어져서 음경에 발기를 일으키는 특정 물질이 분비돼야 약효가 나타난다. 때문에 꼭 성관계를 앞두고 복용해야 한다.
약을 먹었더라도 성적인 자극없이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전혀 약효를 기대할 수 없다. 또 일부 발기부전제는 음식과도 관계가 있어 지방식이나 술과 함께 복용하면 효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공복 상태에서 복용하는 게 좋고 복용한 후 1~2시간 동안 혈중 농도가 증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다음에 충분한 성적 자극을 받아야 최대의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보통 복용 후 4~6시간 약효를 보이고, 일부는 복용 후 12~24시간까지도 지속된다. 여기서 약효를 보인다는 뜻은 발기가 그 시간까지 지속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시간 안에 관계를 가질 경우 발기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에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 약제의 개발로 발기부전증의 치료가 쉬어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이 질환이 단순히 음경만의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만성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정우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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