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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오대산 단풍나들이 '울긋불긋… 내 맘까지 물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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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오대산 단풍나들이 '울긋불긋… 내 맘까지 물들겠네'

입력
2006.10.1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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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단풍이 산 아래로 내려왔다. 힘든 산행을 하지 않아도 쉬운 발걸음으로 단풍이 부리는 색의 조화에 빠져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해 단풍은 지독한 가을 가뭄 탓에 예년만 못하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 떨어지는 잎들이 많아서다.

오대산으로 단풍 나들이를 떠났다. 육산인 오대산이 설악산 같은 바위산 보다는 그나마 물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매표소를 지나 월정사를 스쳐 오르는 길. 계곡이 깊어질수록 붉은 단풍도 짙어졌다. 말갛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혼을 빼는 붉음의 행렬이 계속 이어진다. 상원사 못미쳐 차를 대고는 걸어오르기 시작했다. 상원사를 지나 두로령을 넘어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내려갈 계획이다. 이 길은 446번 지방도로다. 상원사 초입부터 내면 매표소까지는 비포장 길로 승용차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악도로다. 차로 쉽게 넘을 수도 있었지만 단풍을 완상하러 나온 길. 한땀한땀 발걸음에 단풍의 추억을 새기기로 했다.

상원사까지 걸어 오르는 길가의 더욱 짙어진 단풍은 가슴에 불을 당긴다. 붉은 단풍 그늘이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단풍만큼 화사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계곡물에 비치는 저토록 진한 붉은 빛에는 누구의 마음이 녹아든걸까.

오대산 상원사는 조선시대 세조와 문수보살의 전설이 깃든 사찰이다.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오대산을 찾은 세조가 월정사를 참배하고 상원사로 가던 도중 물이 너무 맑아 목욕이 하고 싶어졌다. 혼자 물속에 들어가 몸을 씻고 있었는데 동자승 하나 지나가길래 불러서 등을 밀게 했다. 세조가 동자승에게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씻어주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이르자, 동자승이 “대왕께서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마세요”하고는 사라졌다고 한다.

세조가 목욕할 때 옷을 벗어놓았다는 ‘관대걸이’ 비석이 상원사 입구에 남아있고, 세조가 동자의 모습을 목공에게 자세히 일러 조각해놓은 문수동자상(국보 221호)이 상원사에 보존돼 있다.

상원사를 지나 두로령으로 오르는 길은 호젓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상원사에서 다시 내려가기 때문이다. 고개가 높아지면서 단풍은 발아래로 내려간다. 울긋불긋한 단풍 위로 타박타박 걸음에 집중하며 두시간 가량 올랐나. 북대미륵암이다. 스님들 공부하는 조그만 선원으로 지금은 동기와를 올리느라 바쁘다. 이곳에서 빈 물통 가득 시원한 약수를 담아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두로령 고갯마루는 이미 가을이 깊다. 잎은 대부분 다 떨어지고 서늘한 기운이 맴돈다. 지금까지 평창의 땅을 밟았다면 고개 너머는 홍천 땅이다. 낙엽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 명개리쪽 굽이길은 훨씬 운치있다. 이리 휘고 저리 굽어진 길 바닥은 낙엽으로 반짝이고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받은 노랗고 불그레한 단풍이 가을색을 토해낸다. 주위를 둘러싼 오대산의 연봉들은 파스텔톤의 뭉실뭉실한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 굽이굽이 고갯길, 굽이굽이 단풍길이다.

지대가 낮아지고 계곡물이 많아지면서 홍단풍도 덩달아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상원사 입구처럼 눈이 부시는 붉은 빛이다. 오대산의 너른 품이 흘려보내는 말간 계곡물 위로 붉은 단풍잎 하나, 둘 둥실 떠내려간다.

상원사 초입부터 내면 매표소까지 두로령을 넘는 단풍 트레킹 코스(18km)는 5~6시간 걸린다. 상원사-내면 매표소 구간을 차량 이동은 오전9시~오후5시까지만 허용된다. 차량 진입은 내면매표소나 상원사 통제소를 오후 3시30분 이전까지 통과해야 한다. 오대산 국립공원 입장료는 문화재관람료 포함해 어른 3,4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700원. 주차료는 4,000원. 오대한 국립공원 안내소 (033)332-6417.

오대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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