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의 1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국정감사에서는 송민순 NSC 사무처장 겸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전날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 강연에서 한 일부 발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북한 핵실험 이후 NSC가 도대체 뭐 했느냐”며 NSC의 국가 위기상황 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의원들은 송 실장이 전날 말한 “제대로 된 나라는 자기 나라 문제를 국제화, 다자화 하지 않는다”, “미국은 많은 전쟁을 한 나라” 라는 등의 일부 발언을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유럽연합(EU)은 다자화, 국제화 시스템이 아니냐”며 “마치 유엔을 거부하는 듯한 이런 발언 때문에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안보를 조정하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제공조 분열을 부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송영선 의원도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겨선 안된다고 송 처장이 말했다”며 “그렇다면 유엔 결의는 우리와 상관 없고, 우리는 우리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학송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그게 할 말이냐”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송 실장에게 발언의 진의를 해명할 기회를 주면서도, 신중한 발언을 주문했다. 안영근, 이근식 의원 등은 “외교안보에 관한 청와대 책임자로서 발언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자칫 왜곡 될 수도 있는 예민한 시점에는 말을 아껴야 한다”며 “강연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이에 송 실장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은 유념하겠다”면서도 “특정 신문이 특정한 문구만 뽑아서 쓴 것은 유감이며, 전체적인 맥락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북핵에 대해 NSC가 제대로 대처한 일이 없다는 비판도 많았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NSC가 위기관리 매뉴얼까지 갖고 있는 국가 위기관리 기구인데 북한 핵실험 이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황진하 의원은 “국민에게 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제대로 알리는 것도 하지 않냐”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김송자 의원도 “참여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정부”라며 “그런데도 핵실험 사태에 직면한 것은 국가안전보장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NSC 일부 인사가 지난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의 핵우산 조항 삭제를 추진했던 것에 대해 한나라당 공성진, 황진하 의원 등이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대책 없고 경솔한 행위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누가 추진한 것인지 밝히라”고 따졌다. 송 실장은 “지금 조사를 하고 있으며 가급적 빨리 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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