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만남은 힐 차관보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날(17일) 열린 한미러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방한한 힐 차관보는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에 앞서 최근의 남북관계 상황과 유엔 안보리결의에 대한 한국정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이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만남이 더 급했던 것은 이 장관이었다. 힐 차관보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금강산 관광사업은 북한 정권에 돈을 주기 위해 디자인 된 것”이라면서 “(개성공단 사업과는) 다른 종류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고, 이 발언이 정부의 금강산 관광사업 지속 방침에 대한 미국측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석되면서 난처한 입장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날 이 장관은 힐 차관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금강산 관광사업의 성격과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힐 차관보의 발언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진위에 대해 물었다. 이에 힐 차관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둘은 이어 1시간 가량 유엔 안보리결의의 성실한 이행과 대화재개 노력을 확인하고,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한 상황 설명 등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면담을 마치고 나가면서 다시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은 장기적인 경제개혁 문제라는 목적이 있지만, 금강산관광은 그와 같은 목적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재차 말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성격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전날 발언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힐 차관보는 한국 정부의 난처한 상황을 고려한 듯 “개인적인 견해를 갖고 한국정부에 조언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정부가 한국 사람들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뺐다.
힐 차관보는 이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한에 대해 “한국이 안보리결의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듣고 싶어하겠지만, 무엇을 요구하려고 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꼭 한국 정부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를 ‘요구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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