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방황하는 날들> (원제 In Between Days)로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재미동포 김소영(38)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방황하는 날들> 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과 미국 선댄스영화제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방황하는> 방황하는>
영화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고등학생 에이미(김지선)가 또 다른 한국인 이민자 트란(강태구)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첫사랑의 고민과 아픔을 그리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김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스며 있다. “제가 미국에 정착했을 때의 느낌을 되살려 시나리오를 썼어요. 저도 방황은 했지만 오빠와 동생이 있어 심하진 않았습니다.”
영화는 이젠 너무 낡은 소재인 청춘의 방황만을 담진 않는다. 단조로운 색조의 화면에는 재미동포 사회의 어둠과 스산함이 깊게 배어있다. 김 감독은 삭막함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겨울 캐나다 토론토에서 촬영을 했다. 그러나 그는 한 겨울의 불씨처럼 작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너무 염세적으로 보인다고 말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꼭 비관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제작비는 고작 5만 달러(약4,700만원)였다. 돈이 많지 않다 보니 촬영기간 내내 강행군이었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23일의 촬영기간 동안 카메라 작동을 멈춘 것은 1월1일 단 하루였다. 비싼 필름대신 비디오를 택했다. 남편인 브래들리 그레이가 프로듀서 역할을 해내 경비를 절감했다. “2003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남편의 <솔트> (Salt)는 제가 프로듀싱했어요. 영화인 커플로서 서로 주고 받으며 일하니 편하고 행복하죠.” 솔트>
캐스팅도 어려웠다. 재미동포 중 어리면서도 연기 경험을 지닌 배우를 만나기가 쉽지않아서다. “어렵게 아마추어 배우를 캐스팅했어요. 결국 다큐멘터리 촬영기법을 빌린 영화 스타일과 맞아 떨어져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 합니다.”
그는 예전부터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게 영화를 만들어 왔다. 단편 <불타는 토끼> 는 홍콩 왕자웨이(王家衛ㆍ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 연출) 감독의 단짝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이 카메라를 잡았다. “제 남편이 도일 여자친구의 영화 편집을 도왔습니다. 그 대가로 도일이 제 영화에 참여했어요.” 화양연화> 중경삼림> 불타는>
유명 영화제 수상으로 지명도가 높아졌지만 그는 계속 ‘인디’의 길을 걸을 생각이다. 상업영화 제작사와 함께 일하면 자신의 영화작업이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한두 번 정도 큰 영화도 경험하고 싶지만 한참 뒤에나 하고 싶어요.”
그는 “데뷔작의 좋은 결과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방황하는 날들> 은 이제 제 마음에서는 끝을 맺은 작품입니다. 다음 작품에 제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임신 6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부산을 찾은 것도 차기작 제작자와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방황하는>
김 감독의 다음 작품은 <나무 없는 산> (원제 Treeless Mountain). 엄마가 실종된 아빠를 찾아 나서면서 시골 고모 집에 맡겨진 어린 두 자매의 성장기를 다룬다. “시나리오는 다 끝냈어요. 내년 부산에서 한국 스태프와 함께 촬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연기 잘하는 아역을 찾아내는 것이 걸림돌이 될 듯 하네요.” 나무>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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