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사업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다.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 정부에 돈을 주기 위해 디자인된 것 같다"고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경제개혁을 위한 남한의 장기투자적 측면이 있지만 금강산관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한 상징적 사업인 금강산관광의 의미를 무지막지하게 깎아 내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간부문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당국으로 달러가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민접촉이 제한돼 있다고는 하나 금강산관광은 나름대로 북한 내부에 외부세계를 알리고 자본주의를 학습시킨 효과가 있었다.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마당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한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오가는 것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남북간의 특수사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핵실험 행위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달 100만 달러 상당의 돈이 관광대가로 북한 당국에 지불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납득시키기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관광대가로 받은 돈의 용도를 분명하게 밝히게 하자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가능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 방한 중에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다면 유엔 안보리의 제재위원회에서 안보리의 대북결의에 의한 차단대상 자금으로 지정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금강산관광을 주관하는 현대그룹에 대해 국내법에 의해 자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금강산관광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로서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단호한 자세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무언가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유엔 안보리결의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도 북중 국경에서 화물검색을 시작했고 대북 송금업무도 중단시켰다.
반면 우리 정부는 어정쩡한 자세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핵 실험 이전과 같이 끌고 갈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지킬 것과 버릴 것을 분명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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