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자는 쏠 수 없다. 오로지 ‘맨정신’으로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전국체전이 벌어지고 있는 18일 김천종합운동장 궁도장. 활과 화살을 든 선수들이 한 줄로 앉아 손바닥만한 음주측정기에 차례로 숨을 불어넣는다.
“자, 불어보세요.”, “후욱”, 삐~익. 걸리면 끝장이다. 궁도 선수들은 음주측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아야 활을 잡을 수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도핑테스트로 ‘약물 선수’들을 가려내고 있는 제87회 경상북도 전국체전. 그러나 궁도의 철저함을 따라잡을 종목은 없다. 전 경기장을 통틀어 음주측정이 실시되고 있는 곳은 궁도장뿐이다.
궁도에 음주측정이 도입된 것은 2002년부터다. 이전까지는 50~60대 나이 지긋한 선수들이 주로 참가하는 탓에 ‘한 잔 걸치고’ 활을 잡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술 취한 선수들이 판정 결과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경우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음주측정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도입됐다.
대한궁도협회 김태훈 사무국장은 “궁도에는 알코올 허용 기준치도 없다. 조금이라도 술 냄새가 나면 사대에 오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천=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