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결의 이행방안을 조율하기 위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루 앞둔 18일 미국은 남북경협사업 사실상 전면 재검토와 우리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를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중단은 안 된다며, 기존 정책의 미세조정 또는 개선을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 양국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바른사회 시민회의 주최’ 초청강연에서 “안보리 결의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한국과 중국 같이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이 북측과 협력하는 부분에 대해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개발과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의심이 있는 프로그램은 직간접적 지원을 모두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은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며 불안정한 요소가 가중된다면 예전과 같이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금강산 관광사업은 북한정권에 자금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언급과 같은 맥락으로, 최소한 금강산 관광은 중단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PSI 문제에 대해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정부에 참여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회견에서 개성공단사업과 인도주의적 대북사업이 북한정권의 체제유지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은 이날“정부는 남북간 경협이나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을 중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수정ㆍ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날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에서 “(대북경협사업) 운용방식이 유엔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 요구와 조화되고 부합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조정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실장은 “정부가 대북경협을 다 끊고, 정부가 사업을 못하게 한다든지 보상을 어떻게 해야 될 거냐라고 할 정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존재양식을 바꾸지 않고 운용방식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조화시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금강산 관광의 경우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춰 비수기인 겨울방학동안 남북경협기금을 재원으로 교사 등에게 경비 일부를 보조해주던 등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실장은 이어 “PSI에 다른 나라의 참여와 한국과 중국의 참여는 의미가 다른 만큼 이런 민감성을 반영해 우리의 남북해운합의서와 PSI 내용을 맞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규형 외교부 차관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경협사업은 안보리 결의내용과 직접 해당되지 않는다”며 “결의내용과 국내의견을 취합해 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PSI와 유엔결의도 별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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