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총리급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18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로 전격 방북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후 국제사회의 우려와 미국의 입장을 가감없이 전달하기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탕자쉬안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앞서 후 주석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던 만큼 현재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북측에 정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그의 이번 방북은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시아 순방 및 중국 방문 일정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매개로 북한과 미국간의 간접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탕자쉬안의 이번 방북은 그의 미국 및 러시아 특사 방문 직후이고 라이스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간 북한 핵문제 의견조율에 적절한 시점”이라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생생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받을 수 있는 중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막아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위해 장비와 인력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 포착되고 미국 언론에서는 북한이 중국 측에 2차 실험 계획을 통보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는 등 상황악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막으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가 유엔 제재결의를 앞두고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 차관을 평양에 파견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전격적으로 특사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제는 외교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특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당장 추가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미국 측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미국의 ABC 방송을 받아들이는 등 적극적인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미사일 발사 때와 1차 핵실험 직전 북한이 중국의 특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중국의 특사를 받아들인 것은 사태를 대화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고위층은 중국 특사와 회담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금융제재와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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