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특기가 무용입니다. 운동 신경도 발달해 액션영화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캐나다에서 5년간 산 덕분에 영어도 자신 있습니다. 저에게 (출연)기회가 주어진다면 큰 영광입니다.”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단상에 오른 여배우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단상 앞에 자리 잡은 영화계 인사들은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살펴보며 메모를 했다.
자신의 장점과 포부를 영어로 밝힌 배우는 최여진. TV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영화 ‘싸움의 기술’ 등으로 영화 팬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다. 최여진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배우는 하정우. 김기덕 감독의 ‘시간’과 윤종빈 감독의 ‘용서 받지 못한 자’에 출연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배우다.
만만치 않은 이력과 대중성을 지닌 두 신예 배우가 신출내기의 모습을 보인 이 자리는 ‘스타 서밋 아시아’의 부속 행사인 ‘캐스팅 보드 쇼케이스’. ‘스타 서밋 아시아’는 아시아 배우에 주목하는 세계 영화 제작자들이 쉽게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배우들의 세계 진출을 도모하는 자리다. 쉽게 말해 ‘배우 세일즈’ 행사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이벤트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이 야심차게 준비해 올해 첫 선을 보인 ‘스타 서밋 아시아’는 ‘커튼 콜’ ‘캐스팅 보드’ ‘스페셜 섹션’ 등 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커튼 콜은 자국에서는 반짝이는 큰 별이지만 바다 밖까지는 빛나지 못하는 배우들을 위한 자리. 황정민 장진영을 포함해 일본의 아오이 유, 중국의 저우쉰 등 9명의 아시아 배우가 참여했다. 스페셜 섹션은 윌 윤 리(‘007 어나더 데이’)와 레오나르도 남(‘패스트 앤 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배우 3명이 아시아 제작자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이날 열린 ‘캐스팅 보드 쇼케이스’는 아시아 각국에서 될성부른 배우로 인정 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파는’ 자리였다. 최여진과 하정우를 비롯해 김지석 이소연 신세경, 일본배우 세키 메구미, 태국 아역배우 찰리 트라이럿이 자신의 상품성을 과시했다. 세계 영화계를 향한 자리인 만큼 많은 배우들이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준비된 배우’임을 과시했다. 이들은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편집한 1분 가량의 동영상 ‘쇼 릴’(Show Reel)도 선보이는 적극성을 보였다.
행사장을 찾은 세계 영화계 인사는 20여명. 첫술에 배부르기에는 극히 적은 숫자다. 그러나 ‘미녀 삼총사’ ‘Mr.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를 만든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듀서 테디 지와 ‘사이드 웨이’ ‘어바웃 슈미트’의 캐스팅 디렉터 존 잭슨 등이 참석, 행사의 성공 잠재력을 드러냈다.
특히 이들 해외 인사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테디 지는 “신인스타 발굴이 할리우드의 가장 큰 일인데 이렇게 재능 있는 배우를 직접 만나니 캐스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존 잭슨은 “촉망 받는 아시아 배우들을 모아 함께 소개시켜주니 정말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스페셜 섹션에 참여한 성 강(‘다이하드4’ 캐스팅)은 “미국에서 항상 악당 역을 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아시아인의 제약을 줄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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