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인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미국 선교사이자 교육자인 클라크 박사의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흔한 얘기고 당연한 소리지만 전후(戰後) 혼란기에 있던 우리에게 잘 맞았던 말인 것 같다. 전후 경제 사정이 하루하루 먹거리나 작은 이권에 매달려 서로 다투는 형국이었고, 국가의 재건이라는 큰 뜻을 품고 길게 보고 노력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어서 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최근 회자되는 통방융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왜 통방융합을 해야 되는가’라는 논의보다는 구성원이 어떻고 교차 규제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에 부처간 양보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사실 원고를 쓰면서도 ‘통방융합’이라고 써야 하나 ‘방통융합’으로 써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이렇게 말썽 많고 탈 많은 일인데 안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통방융합이 된다고 사용자인 국민이 방송을 이전보다 2~3배 더 봐서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마치 미래의 전망이 불투명하므로 지금 조금이라도 더 내 땅을, 내 빵을 많이 차지하고 보자는 전후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통방융합의 근본 취지는 무엇인가? 첫째는 사용자가 편리하게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가적인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정보단말기와 관련 기술이 신규 해외 시장 개척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예산과 자금이 투입된 통신망과 국가 공유 자산인 주파수가 이동전화기에 이어서 실질적인 공헌을 할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코 새로운 규제의 권리나 기회를 위해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이미 다른 나라들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는데 본래의 취지는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그래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면서 오래 전 이방인이 했던 너무나 진부한 얘기를 떠올려 본다. “통방융합 be ambitious!”
전 소프트웨어진흥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