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의 ‘상징’인 천하장사의 명맥이 끊어지는가.
모래판의 지존을 뽑는 천하장사 대회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민속씨름연맹측은 “오는 12월에 열릴 예정인 천하장사 대회가 취소됐다”며 “내년부터는 천하장사대회 대신 각 체급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맹측의 계획에 따르면 천하장사 대회를 전면 재검토한 뒤 내년 1월께 각 체급의 형평성을 기할 수 있는 새로운 대회 방식을 도입할 예정. 연맹측은 천하장사 대회 폐지의 이유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백두급 선수들이 천하장사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 타이틀이라는 명분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초창기인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만기, 최욱진, 손상주 등 한라급 선수들이 현란한 기술을 바탕으로 백두급 장사들을 모래판에 누이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90년대 이후 들어 백두급과 한라급의 체중차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저체급 장사들이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역대 천하장사 중 한라급 출신은 83년과 84년 당시 한라급이었던 이만기 현 인제대 교수가 유일하다. 이만기 교수는 84년까지 한라급에서 뛰고 이듬해부터 백두급으로 전환했다.
민속씨름의 상징이랄 수 있는 천하장사 대회는 83년 출범 이후 42회째 치러졌다. 씨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해 적게는 2회에서 3회까지 열렸던 천하장사 대회는 95년 이후 매년 한 차례만 열려 왔다. 민속씨름의 위기가 심화된 지난 해에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올해 또다시 대회가 취소되면서 2년 연속 천하장사의 명맥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42대 천하장사는 2004년 12월 김영현이 차지했다. 한편 씨름연맹은 천하장사 대회를 대신해 번외 대회 성격인 올스타전을 11월 중순께 치르고 올해 일정을 마감하기로 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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