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정무조사회장이 성급한 ‘핵 무장’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16일 “일본의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전날 자신의 발언을 하루 만에 철회하는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비판이 더욱 커지는 등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주장의 골자는 ‘일본 헌법은 핵 보유를 금지하지 않는다. 핵을 보유하면 공격 당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반격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가능해 진다. 일본이 고수해 온 비핵3원칙을 지키느냐 마느냐를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부각시켜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 등에 압력을 가하려는 전략적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파장이 너무나 컸다. 야당은 물론 정부 여당에서도 유일한 원자폭탄 피폭국인 일본인의 감정과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노력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모르는 철없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현 주민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비판도 빗발쳤으며, 22일 치러지는 중의원 보궐선거(오사카9구, 가나가와16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도 일본 정부의 진의에 의문을 표시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결국 손을 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본 정부는 불 끄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장장관은 16일 비핵3원칙의 준수가 일본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야 했다.
나카가와 정조회장의 발언은 물론 그 한 사람만의 견해는 아니다. 아베 총리도 전에는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일본 보수 강경파의 단골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 이번처럼 직설적으로 발언한 적이 없었다. 아베 총리도 집권 후에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전에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농수산성 장관 시절인 1998년 8월 옛 일본군이 군대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일본 교과서 기술의 사실 여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 내용 자체를 취소한 바 있다.
그는 역사문제와 중국ㆍ북한 문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강경 입장을 택해 인기를 얻고 있는 8선 의원으로 아베 총리와는 가까운 친구 사이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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