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해법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 공방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17일 한나라당을 ‘전쟁 불사당’으로 몰아붙이자 한나라당은 “여당이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졌다”는 주장으로 맞대응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 다짐은 이미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우리당은 “북한과의 국지전을 감수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맹공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의 전쟁불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매우 우려하던 발언”이라며 “한나라당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민 염원을 존중해서 전쟁과 무력 대결 의지를 깨끗이 내던지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북한에 보복ㆍ압박하자는 주장은 참으로 어리석은 주장이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없는 말”이라며 공 의원의 발언 취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박기춘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을 정권 잡기 위해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세력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지전이라도 벌어진다면 가장 먼저 피신할 도망자의 망언”이라고 비꼬았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도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적으로 평화불감증, 전쟁불사론을 외치고 있다”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금강산 관광 중단 촉구는 대국민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당이 신(新)안보장사를 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정부ㆍ여당이 은행 강도에게 온정을 느끼고 자신을 구출하려는 경찰을 두려워한다는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 뒤 “정부는 유엔 결의에 적극 동참해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권은 고작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ㆍ여당이 금강산관광 홍보단이냐”고 비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원론적 발언에 대해 여권이 정치 공세로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여권은 ‘대북제재는 안보를 위협하고 경제 위기를 초래한다’는 신안보 장사를 버리라”고 말했다. 공 의원도 반박 자료에서 “한나라당의 정당한 주장에 대해 여당은 늘 그래 왔듯이 ‘그러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는 식의 말도 안되는 역(逆)매카시즘적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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