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생산설비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는 데도 주문량의 70%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D램을 달라고 고객들 원성이 자자할 정도다."(주우식 삼성전자 전무 17일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
1995년 세계 반도체시장은 컴퓨터 운영체계가 도스에서 윈도로 바뀌면서 D램 수요가 폭발하는 슈퍼호황을 맞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디지털제품이 쏟아지고 새로운 운영체계 윈도 비스타 출시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면서 업계는 또다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 '슈퍼 사이클'을 꿈꾸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D램 시장 규모를 기존 248억1,700만 달러에서 286억8,700만 달러로 15.6% 상향조정했으며, 내년 시장 규모도 당초 239억달러에서 322억 달러로 34.8%나 올려 잡았다.
앞서 씨티은행도 "전세계 D램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수퍼 사이클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윈도 비스타용 그래픽 D램 수요 및 X박스와 PS3 등 새로운 게임용 수요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반면 공급측면에선 기업 설비투자 둔화로 빡빡한 수급 상황이 연출돼 가격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퍼 사이클 대망(大望)론의 주된 근거는 디지털 기기에 사용되는 D램용량이 커지고 있는 점. 내년 초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는 통상 512메가바이트였던 컴퓨터 D램 용량을 무려 4배나 많은 2기가바이트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 1~4GB였던 MP3플레이어의 용량도 최근 4~8GB로 이동하고 있고, 휴대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용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 D램 시장의 32%, 낸드플래시 시장의 52%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대호황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반도체 경기가 기존 사이클을 탈피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2000년 이전엔 반도체 경기가 컴퓨터 경기에 좌우됐었지만 이젠 휴대폰 게임기 MP3플레이어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등 반도체를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크게 확대되며 기존 사이클이 맞지 않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환경 변화로 D램 시장의 경우 2009년까지 연평균 14%씩, 낸드 플래시 시장은 연평균 27%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슈퍼사이클 기대에 대해 시장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대체적으론 호황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신중론을 펴는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D램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또 다른 축인 낸드 플래시도 수요가 폭증하는 쌍끌이 장세가 연출되며 2008년까지 초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1995년 대호황의 경우 D램 공급 업체수가 20곳을 넘었지만 현재는 8곳 밖에 안돼 가격급락 가능성이 적다"며 수퍼사이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대신증권 김영준 연구원도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며 호황론 편에 섰다.
그러나 김장열 현대증권 테크 파트장은 "윈도 비스타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데다 수요가 폭증할 지 여부도 미지수"라며 "또 수요가 커지더라고 자연스럽게 공급량이 많아지며 가격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출액면에선 대호황 가능성이 크지만 수익성까지 받쳐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고, 손명철 대투증권 연구원도 "D램은 호황을 맞겠지만 낸드 플래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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