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냐, 명령이냐.’
이라크전 참전을 거부해 군사재판을 앞두고 있는 한 일본계 미국인 장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6일 에렌 와타다(28) 중위의 이라크전 참전 거부를 놓고 일본계 미국인들 사이에 지지와 반대 논란이 한창이라고 보도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일본계, 중국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와타다 중위는 육군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중위로 승진한 뒤 올해 6월 이라크전 참전 명령을 받았다. 그는 그러나 “불법이면서 부도덕한 전쟁”이라며 참전을 거부했다. 와타다 중위는 명령 불복종과 대통령 비난, 장교 품위 손상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될 예정인데,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고 7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전망이다. 와타다 중위는 1월 한 부상 병사가 라디오쇼에 출연해 “왜 어느 누구도 이 전쟁을 멈추려 하지 않느냐”고 하는 호소를 듣고 참전 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 봅 와타다(66)는 아들이 9ㆍ11 테러 후 “조국을 수호하겠다”며 자진 입대했다고 밝힌 뒤 “이라크전은 미군이 미국 헌법 및 국제법을 위반해 도발한 것이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와타다 중위의 참전 거부 이후 소식이 전해지면서 로스앤젤레스의 일본인 거주지역인 리틀도쿄에 모여드는 일본계 미국인들은 거의 매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60여년 전 2차대전 당시 미국에서 반역자로 몰려 곤욕을 치렀던 원로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계 언론들도 관심 있게 이를 보도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이후 11만명 이상이 수용소에 격리되고, 또 다른 수만명은 제2의 조국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해 군에 입대해 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일부는 징집을 거부해 극심한 탄압을 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9개 퇴역군인 단체가 와타다 중위의 행동을 비난하는 등 일단은 재미 일본인 사회에서 와타다 중위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조지 이시하라(85)는 그를 “멍청이”라고 부르면서 “스스로 창피하게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2차대전에 참전했던 폴 츠네이시(83) 등은 “그는 영웅이다. 양심과 헌법에 따라 취한 행동이다”고 옹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간되는 일본계 신문의 편집장인 엘렌 엔도는 ‘와타다 논쟁’에 대해 “지난 40년간 이처럼 미국 내 일본인 사회의 의견이 갈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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