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16일 국정감사에선 공정위 직원이 대기업인 P사의 불공정 하도급 혐의를 신고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언론과 국회의원을 폄하하면서 신고철회를 유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민주당 이승희 의원에 의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직원은 “상대방은 막강한 대기업들이다. 연봉 수십억 짜리 변호사가 덤빈다. 잘못하면 정부와 국회가 바보가 된다”며 사실상 신고 철회를 권유했다. 그는 특히 “국회가 사건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위세만 잡고 공무원들 불러서 이래라 저래라 하며 밥이나 한끼 하는 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기관보다 무서운 게 언론이나 국회나 정치권이다. 왜냐하면 돈만 주면 다 한다. 국회의원부터 시작해서 청와대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는 올해 초 사건을 접수해놓고 오히려 신고기업에 대해 회유와 협박만 일삼았다”며 “이는 (통화를 한) 담당 직원이 2년간 해당 기업에서 파견 근무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책이 잇따랐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은 “공정위 직원들이 민간휴직근무제에 따라 법무법인과 기업에 파견되면서 유착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도 “다단계 판매업체들을 감시ㆍ감독해야 할 현직 공정위 특수거래팀장이 업체들의 이익단체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안 가운데선 단연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우리당 의원들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정도를 철저히 따져 대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기업투자 활성화를 내세워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우리당 천정배 의원은 “최근의 기업 설비투자 통계를 보면 출총제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재계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원영 의원도 “1998년 초 출총제 폐지 당시 순환출자가 크게 늘어나 동반 부실화의 위험이 커졌다”며 대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은 “지난 8월에 제출된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의 결론은 출총제가 기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를 주장했다.
공정위가 출총제의 대안으로 검토중인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방안에 대해선 여야가 공히 비판적이었지만 접근법은 달랐다. 우리당은 “상호출자금지제도의 보완에 그칠 뿐 불공정경쟁이나 독과점의 폐해를 막는 데는 미흡하다”(유선호 의원)는 이유를 들었지만, 한나라당은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안택수 의원)고 지적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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