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9월 시 장원에 김진선(광명고)양의 ‘나무 2’가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이용호(명덕고)군의 ‘학교에서 생긴 일’과 박서련(철원여고)양의 ‘고통에게’, 비평ㆍ감상글 부문에는 이재훈(중일고)군의 ‘예수의 패션을 가진 미션스쿨이여, 비밀의 코드를’, 생활글 부문에는 오유진(광명고)양의 ‘우리(遇離)-만남과 이별’이 각각 장원으로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 나무 2 / (김진선ㆍ광명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수백가지 모양이다
나뭇잎 꺾이고 뒤집히는 순간의 순간들에
하나의 나무가 수천의 나무로 번진다
나뭇잎이 많으면 많을수록 늘어나는 생의 단면들
그러므로
나무는 나뭇잎만큼의 기억들을 가지고 산다
하여 바람이 분다는 것은
나무의 기억들을 흔드는 일
한 장씩 밀어올린 잎들이
사그락 사그락 저들끼리 몸을 부벼
하나의 기억이 또 하나의 기억을 흔들고
그렇게 기억들이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기억들을 노릇노릇 익혀내고 불긋불긋 삭여내어
한 해의 기억들을 가만히 제 발밑에 내려놓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가 겨우 한 장 나뭇잎을 달고 서 있는 것은
제 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그러쥐고 있는 것
<심사평> 김진선은 하나의 대상을 깊이 응시하고 성찰하여 얻은 자기만의 인식을 드러내며, 공감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시상의 전개나 성찰이, 상투적이거나 끊어지지 않고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다 어떤 지점에서 여울지며 하나의 주제로 완결되고 있습니다. 심사평>
이윤설 (시인ㆍ글틴 게시판 운영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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