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가 100억원 대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세중나모여행은 16일 천신일 회장이 보유 주식(350만주)의 3분의 1 규모인 110만5,000주를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레슬링협회,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속박물관, 세중문화재단 등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기부한 주식의 시가는 16일 종가(9,650원) 기준으로 106억6,325만원. 재벌 오너들의 천문학적 기부는 있었지만, 자본금 80억원 연매출 73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오너가 100억원대의 사재를 선뜻 내놓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천 회장의 기부는 그의 삶의 궤적에 맞춰 이뤄졌다. 그는 고려대에 정경관 건립기금 및 박물관 발전기금 명목으로 16만주, 고려대 교우회에 10만주, 연세대 동문회에 10만주, 포항공대에 장학금으로 9만주, 국립중앙박물관에 4만5,000주, 한국민속박물관에 3만주, 청소년레슬링육성지원단에 4만주, 청소년국제여름마을(CISV) 한국협회에 4만주, 최근 설립한 세중문화재단에 50만주를 각각 기부했다.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정외과(61학번)를 졸업한 천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협력해 미래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작은 정성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974년 제철화학을 설립하면서 기업 활동에 나섰던 천 회장은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에게서 받은 도움을 갚겠다”는 뜻에서 80년대 중반 포항공대가 설립될 때 부지 6만3,000평을 선뜻 내놓았고, 이번에 또 장학금을 기부했다.
문화재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78년 우연히 인사동을 지나다 일본인들이 석물을 사가려는 것을 목격하곤 젊은 혈기에 주인과 멱살잡이까지 하며 일본으로 넘어갈뻔한 옛돌을 모두 사들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옛돌 수집에 나섰고 2000년 옛돌박물관까지 세웠다. 천 회장은 일본에 유출됐던 석조 유물 70여 점을 환수하기도 했다.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천 회장은 96년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뒤를 이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고,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04년 체육훈장 맹호장과 대한민국 체육상을 받았다.
천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피해야 할 것은 ‘혼자서 다 가지려는’ 욕심”이라며 “앞으로도 교육과 문화, 스포츠 발전을 위해 계속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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