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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관리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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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관리 가능한'

입력
2006.10.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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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는 극 지방의 눈과 빙하를 녹이고, 바닷물을 데워 해수면의 수위를 높인다. 계속 악화하면 지구는 지구가 아닌 전혀 딴 행성으로 변하고 인류는 재앙을 맞게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은 30년 마다 0.2도 씩 높아져 왔고, 현재 기온은 1만2,000년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는 눈과 얼음을 녹이고 이로 인해 열을 흡수하는 지층을 넓혀 다시 기온을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 지구가 따뜻해 지면 동식물의 서식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2003년 조사에 따르면 1,700종의 동식물이 온난화를 피해 극 지방 쪽으로 서식지를 옮겨 갔다는데, 그 속도는 20세기 후반 들어 10년 마다 평균 6km씩이라는 놀라운 추세라고 한다.

나사의 연구결과는 인간의 생태에 당장 파괴적 영향은 아니더라도 이런 추세를 막지 못해 다가올 재앙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치들을 보여준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온난화를 ‘관리’ 할 수 있는 최대의 온도 범위는 섭씨 1도라고 한다.

■ 온난화의 정도가 섭씨 2~3도에 이르면 해수면은 지금보다 25m가 높아지는데, 이는 지질학에서 선신세(鮮新世)라고 부르는 300만년 전과 같은 환경이다. 그런 조건 아래 사람이 살 수 없고, 문명이 존재할 수가 없게 됨은 물론이다. 온난화를 방지할 마지노선이 섭씨 1도라고 하니 재앙의 위험이 바짝 다가오는 느낌이다.

관리가 가능하면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견뎌낼 수 있지만 인력의 범위를 넘는 파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두려운 일일까. 환경론이 말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생태계의 조건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통제하려는 것이다.

■ 한 국가나 사회라는 생태계 역시 건전하게 지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감내할 수 있는 관리 범위가 있기 마련이다. 한림대 김영명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 과정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당면하게 될 문제의 핵심 중 하나로 ‘민주주의의 혼란 또는 폭발 가능성’을 지적했다.(한국의 정치변동, 2006)

김 교수의 지적은 기업지배가 심화하면서 계급 갈등이 본격화해 사회 각 계층의 요구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 아래 나온 것이지만, 갈등이나 분열이 관리 가능한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 결의를 놓고 논란을 야기하는 정부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든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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