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의 입자’는 중력의 매개입자를 가리킨다. 이 말에 당혹스러운 독자가 있을 것이다. “원자가 중성자 양성자 전자로 구성돼 있고, 중성자는 쿼크로 구성돼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하지만 중력의 매개입자는 또 뭐냐?”
20세기 후반 물리학자들은 너무나 많은 기본 입자들을 발견했다. 먼저 6종의 쿼크가 각각 3가지 색깔씩 18종이나 된다. 쿼크는 무거운 입자로 분류되며 중성자나 양성자를 구성한다. 또 가벼운 입자로 분류되는 6종이 있다. 전자, 중성미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이다. 이밖에 힘을 전달하는 매개입자 12종이 있다. 즉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등은 물질이 매개입자를 주고받음으로써 작동한다. 그리고 이들의 반입자까지 따지면 60종이 넘는다.
이 중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힉스 검출 실험이 2007년 드디어 실시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이를 위해 스위스에 원둘레 27㎞의 ‘거대 강입자 충돌 가속기’(LHC)를 지었다. 가속기는 거대한 실험장치와 막대한 연구예산을 요구하는 21세기 ‘거대 과학’의 대표적 사례다. 물리학자들은 이 실험으로 대통일이론의 핵심 개념인 초대칭성이 확증되거나 반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잡한 입자 목록은 물리학자에게도 골칫거리지만 일반인이라면 더욱 “나와는 상관없다”며 덮어버리기 십상이다. 저자인 레온 레더만 역시 책 곳곳에서 현대의 물리학과 대중이 얼마나 거리가 먼 지를 유머러스하게 토로한다. 그의 유머를 두 가지만 소개한다.
학생운동의 시기인 1960년대 미 정부의 원자력위원회는 페르미연구소에 학생 시위대가 들이닥칠 경우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페르미연구소 창설자인 로버트 윌슨은 “내가 단 하나의 무기를 지니고 맞겠노라”고 답했다. 가장 극렬한 민중 선동가라도 해산시키기에 충분한 치명적 무기는? 바로 ‘물리학 강의’였다.
지하철에서 레더만은 일군의 정신병원 환자들과 마주쳤다. 환자 수를 확인하느라 “하나, 둘, 셋” 세던 간호사가 레더만에게 “당신 누구요?”라고 물었다. 레더만은 “나는 레온 레더만이오. 노벨상 수상자고 페르미연구소 소장이오”라고 답했다. 간호사는 슬픈 표정으로 레더만을 가리키며 “그래요. 넷, 다섯…”하고 환자 수에 포함시켰다.
레더만의 유머는 도중에 책을 덮지 않게 하는 당근이다. 물리학자들이 원자에 대해 무엇을 밝혀내고 있는지 교과서 이외의 사실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읽어볼 책이다.
1990년대에 나온 많은 과학 서적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판매실적은 민망할 정도다. 96년 인쇄한 초판 1,000권이 채 나가지 않았다. 99년 이 책을 구입한 기자도 전문서적 책장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기억이 있다. 김종오 고려대 명예교수의 번역은 구식이다 못해 고풍스러운데 저자의 말투를 생생히 재현하려 한 점에서 가치가 있다. 에드텍 발행.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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