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가 북한 핵실험 장소를 수정 발표했다. 지리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의 측정 오차를 바로잡는 게 마땅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 정부가 오히려 뒷북을 쳤으니 국제적 망신은 물론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크다. 반경 몇 백㎞ 한반도 안에서, 그것도 민족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사안에서 진원지 측정이 50㎞ 이상 틀렸고, 이를 바로잡는 데 닷새가 걸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핵실험 이후의 대기 방사능 측정이나 폭발 규모 확인은 고도의 기술과 최첨단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진파 감지 및 진앙지 추적은 지진연구센터의 기본 중 기본이다. 실험 직후 미국 일본이 함경북도 길주군을 핵실험 장소로 추정한 것과 달리 지진연구센터는 함북 김책시라고 공표했다. 그 동안 정부의 대응이 엉뚱한 장소를 근거로 이뤄졌을 것임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검토와 수정을 위한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2차 핵실험이 운위되는 상황에서조차 오류를 계속 뭉개고 있었던 점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일본은 11일 자국 영토 주변의 지진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잘못 판단했다가 1시간도 안돼 총리 차원의 수정발표를 함으로써 오히려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샀다.
지진연구센터가 당일 아침 청와대에 신속히 보고하느라 진원지 파악에 소홀했던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이어졌는데도 처음 발표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관료주의의 전형적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일본 홋카이도 부근의 미세한 지진도 감지하니 국민은 안심하라”는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과학적 측정과 분석의 오류도 문제지만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는 공공기관의 인식과 태도, 그렇게 만드는 관료적 분위기가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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