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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베의 표변과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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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베의 표변과 한일관계

입력
2006.10.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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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의 한 사설이 크게 화제가 됐다. ‘군자(君子) 표변입니까’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우익 지향의 보수ㆍ강경파 정치가로 비판의 표적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거짓말 같은’ 변신을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 일 언론ㆍ정계, 아베 변신에 박수

사설은 지금의 아베 총리를 ‘뉴 아베’로 규정했다. “우리들의 걱정은 기우였다”며 그 변신의 모습을 ‘역경(易經)’에 나오는 고사성어인 ‘군자표변(君子豹變ㆍ군자는 잘못을 깨달으면 즉시 고친다)’에 비유했다. “정권이 안정되면 본성을 드러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비꼬기도 했지만 “‘싸우는 정치가’를 표방한 아베 총리가 다시 손바닥을 뒤집는 일은 생각할 수 없다”며 그의 ‘표변’을 기정사실화했다.

아베 총리의 변신은 일본 정계에서도 뜨겁게 거론됐다. 가장 주목받았던 장면은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루어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민주당 대표와의 질의 답변이었다. 유명한 논객인 마에하라 전 대표는 아베 총리의 과거 발언을 일목요연하게 적시하며 역사인식 등에서 언행의 불일치를 추궁해 박수를 받았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6일 “(역사인식 등에 대해) 아베 총리가 예전에 말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아베 총리가) 총리의 무거운 입장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두둔하며 “이런 걸 모두 무시하며 멋대로 한 자가 바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른 우리는 이같은 아베 총리의 ‘표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어찌해서 역사인식 문제는 겨우 넘어갔지만 초점인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등 아직도 불확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우리도 충분히 평가해줄 만하다고 본다. 특히 총리가 된 후 아시아외교에서 보여준 실용주의적 자세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 한ㆍ일 신뢰관계 구축부터

앞서 소개한 마에하라 전 대표의 질문에 대한 아베 총리의 답변은 이같은 기대를 뒷받침해준다. 그는 “(한국 및 중국) 정상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이 있을 것이며,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그는 “(그러나 앞으로도 총리로서) 대국적인 판단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측근의 말대로 “총리가 된 이후 엄청난 학습 능력을 발휘하며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는 아베 총리”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었던 데는 아베 총리의 ‘표변’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양국 정상은 신뢰관계를 회복해 한국과 일본이 진정으로 의지하며 도울 수 있는 이웃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철훈ㆍ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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