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낳은 아기 3명을 출산 직후 연달아 살해한 것으로 밝혀진 프랑스인 베로니크 쿠르조(38)는 범행 당시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였을까. 프랑스 수사당국은 베로니크의 정신 감정에 착수하면서 12일 “베로니크가 임신 중 아기 살해를 유도하는 일종의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단 아기살해의 이면에 정신질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의들은 임신 중 아기살해 충동은 ‘산후우울증’과 관련됐을 것으로 진단한다. 임신 중 충만했던 여성호르몬과 엔도르핀의 수치가 출산이후 뚝 떨어지면서 심리적인 공항상태에 빠지고 여기에 아기에 대한 부담감이 함께 작용하면 어떤 산모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게 산후우울증이다.
이보연 경희대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반을 통해 꾸준히 공급 받던 엔도르핀이 출산으로 끊어지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마약금단 증상이 산후우울증” 이라며 “출산 후 유선자극 호르몬인 프로락틴(prolactin)의 분비량이 떨어지는 등 신체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것도 심하면 아이를 해칠 수 있는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베로니크가 영아를 살해한 동기를 단순히 산후우울증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세주 연세의료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단지 원인이 산후우울증뿐이라면 연달아 3명의 아이를 살해할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힘들다” 며 “반사회적 성격장애(사이코패스ㆍpsycho-path) 등 정신질환을 원래 갖고 있었거나 의부증으로 대표되는 망상장애가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는 주로 연쇄살인범에게서 보여지는 정신장애로 평소에는 일반인과 같은 심리상태를 보이지만 특정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폭력행위로 나타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을 불로 태워 죽이거나 교살 후 냉동고에 넣은 엽기적인 행동을 왜곡된 종교적 의례로 풀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국희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산후우울증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아이를 살해하는 경우는 동물사회에서는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비이성적인 행동” 이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후우울증은 모든 엄마의 1%에서 나타나는 심리상태로 이 경우 반드시 아이와 엄마를 한동안 격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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