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003년 4월 북한, 미국, 중국간 북핵 3자회담이 열리기 앞서 “미국의 목표는 북한 정권의 붕괴이지,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가 아니다”며 강력 반대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캐런 디 영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보가 집필, 12일 발간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전기 <군인, 콜린 파월의 생애> 에 담겨져 있다. 군인,>
전기에 따르면 럼스펠드 장관은 3자회담 준비과정에서 일련의 메모를 통해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 아니라 정권의 붕괴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개진했다. 이 3자회담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시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 담당 보좌관의 권유 등을 받아 들여 중국 지도부와 직접 협의, 성사시킨 것으로 돼있다.
뿐만 아니라 파월 장관이 미리 중국측에 “(3자회담 과정에서) 절대로 북미 양자 회담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못박았음에도 럼스펠드 장관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럼스펠드 장관은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3자회담의 미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강경파인 존 볼튼 당시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기에는 북미 양자 협상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거부감도 잘 드러나 있다. 2003년 3월 리처드 아미티지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 상원 외교위에서 북한에 대한 ‘정권전복’시도를 부인하며 “미국은 언젠가는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수일 뒤에 “그것은 나의 정책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파월 전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일은 북한의 도발 앞에서 부드럽게 보이는 것”이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켈리 차관보에게 “북한 사람들과 구석에서 두시간 정도 얘기하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로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가기도 했다. 북한 문제에 있어 파월 전 장관은 백악관 강경파들에게 ‘배반의 비둘기’로 여겨졌다.
6자회담을 미국이 수용한 것은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6자회담 수용 결정은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실 요원 등이 휴가를 떠난 시기이어서 가능했고 체니 부통령 본인은 6자회담을 미국이 북한에 협상 불가능한 요구를 개진하는 자리로 여겼다고 전기는 주장했다.
2004년 2월 제2차 6자회담이 난관에 부딪쳤을 때 파월 장관은 켈리 협상대표에게 “외교적 표현을 쓰라”고 지시했으나 체니 부통령은 다른 경로로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화가 난 파월 장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따졌으나 “그들(체니 부통령측)이 말하지 않던가”라며 딴청을 부렸다는 일화도 전기에 소개돼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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