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가 13일 뒤늦게 북한의 핵실험 추정 장소를 함북 김책시에서 길주군으로 고쳐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질자원연은 이날 해외 관측소의 자료를 추가 분석해 진앙지를 당초 발표했던 북위 40.81도, 동경 129.10도에서 북위 41.267도, 동경 129.179로 수정했다. 핵실험이 있은 지 나흘이나 지나서야 ‘엉터리 발표’를 인정하고 장소를 김책시에서 길주군으로 바꾼 것이다.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센터장은 “핵실험으로 볼 수 있는 인공지진이 감지될 경우 30분 이내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 촉박하게 분석하는 바람에 오차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인접한 외국의 관측자료를 종합 분석해 최종 발표를 하려 했으나 외국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하면 국민의 혼란과 오해가 더 커질 것 같아 인터넷으로 공개된 미국 자료를 참고해 중간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9일 미국 지질조사국(북위 41.29도, 동경 129.13도)과 일본기상청(북위 41.2도, 동경129.2도)은 길주군을 진앙지로 발표했으나 우리나라만 엉뚱하게 김책시를 지목했던 셈이다
지질자원연이 핵 실험 장소를 잘못 추정한 것은 우리나라 관측소가 모두 북한의 남쪽에 위치한 지리적불리함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관측소에서 감지된 지진파는 거리만 추정할 수 있을 뿐 방향은 알 수 없어 우리측으로서는 진앙지 주변의 다양한 각도에서 관측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지질자원연측은 첫 발표 후 수일이 지난 뒤에야 진앙지를 수정했고, 그것도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 등의 문제제기가 잇따른 이후에야 이뤄졌다는 점에서 ‘늑장 수정’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감추기식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과학기술부는 12일 핵실험 관련 방사능감시 현황을 브리핑하면서 스웨덴에서 제논 검출기를 대여한 사실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도 “한-스웨덴 협의상 검출계획이나 결과를 밝힐 수 없다”고 입을 다물어 빈축을 샀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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