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프랑스 투르 검찰의 바랭 검사는 13일 자신이 낳은 갓난 아기들을 살해한 베로니크(39ㆍ여)씨의 남편 쿠르조(40)씨가 범행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바랭 검사는 “쿠르조씨가 아내의 출산과 살해과정을 도운 것으로 확신한다”며 “검찰 조사에서 쿠르조씨는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지만 수사진을 설득시키는데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쿠르조씨가 집 냉동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영아들의 존재를 자진해 경찰에 신고하기는 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아내의 범행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검찰은 10일 이들 부부를 긴급체포해 조사한 뒤 베로니크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남편 쿠르조씨는 일단 석방했으나 추가 조사를 위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바랭 검사는 또 “프랑스 수사진이 현장 조사를 위해 곧 서울로 갈 예정”이라며 “조만간 한국 측이 보관중인 영아 사체들을 넘겨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수사진은 영아들의 시신이 발견된 쿠르조씨 집에 대한 현장 검증을 다시 하고, 초동 수사를 맡은 서울 방배서 수사팀으로부터 추가 설명을 들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베로니크씨는 “임신 중 살해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에 따라 이날 베로니크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의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베로니크씨가 정신병질(psychopathy)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엽기적인 사건인 만큼 인격장애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동국대 이상현(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남편의 출장이 잦았던 베로니크씨는 혼자 고독하게 지내며 자기소외감에 빠지는 정신분열성 인격장애를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자도 얼마든지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를 수 있고, 정상적으로 일상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살인의 쾌락을 즐긴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가 그렇다.
문제는 베로니크씨가 범행 순간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는가다. 이 점에서 의도적인 연쇄살인과 구분될 수 있다. 자아가 분열되거나 극단을 오가는 양극성 인격장애 등으로 갑자기 이성을 상실해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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