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각론이 한미 FTA의 승부처"송기호 지음 / 개마고원 발행ㆍ1만원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국제 계약에 임할 때 변호사들이 염두에 두는 말로, ‘승부처는 총론이 아니라 각론에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미 FTA 4차 본협상을 앞두고 출간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송기호씨의 책 ‘한미 FTA의 마지노선’의 부제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현재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싼 지지와 반대의 충돌과 대립은 총론 중심의 관점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각론을 등한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한다. 또 핵심 현안인 ‘쌀 개방’은 오해의 결과이거나 쟁점을 가리기 위한 수작일 뿐, 정작 악마가 숨어있는 각론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 쌀시장의 완전 개방은 미국 입장에서 쌀에 대한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양허안에서 배정받은 쿼터(340만석 의무 수입)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미국이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95년 WTO 출범 이후 6년간 한국의 국제 쌀 경쟁입찰에서 미국 쌀이 중국과 태국산 쌀에 밀려 단 한 톨도 낙찰되지 못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에 그는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투자자 국가제소권은 “일개 회사가 한 나라의 공공정책조차 일거에 무력화할 수 있는” 가공할 무기임을, 첫 적용 사례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당사국 예를 통해 강조한다. 미국 제약산업의 특허 독점권 연장 등 식약 분야의 과도한 개방, 미 반덤핑 장벽 완화, 미국 인력시장 개방 등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미FTA 협상의 진지라고 그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협상은 어느 일방의 압도적 이익 대신 상호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지금이라도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좋다”고 단언한다.
책은 풍부한 실례와 통계 자료를 토대로 한미 FTA 협상의 큰 그림과 주요 전선(戰線)의 대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돈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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